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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꽃

등록일 2025-08-28 17:21 게재일 2025-08-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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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숙

바닥에 버려진 꽃들, 납작하다

뿌리가 없고 줄기가 없는

저 꽃들은

밟혀도 결코 지는 법 없다

 

한때 누군가의 입안에서

다듬어지고 둥글어지던,

달콤함과 향기는 모두 내어주고

딱딱하게 굳어간

때가 새까맣게 묻은

저 검은 꽃

 

누군가를 버린 적 있다

납작 바닥에 엎드려 우는 걸 보았다

 

방금 버려진 듯한 꽃 하나

내 신발에 질척하게 달라붙는다

끈적한 꽃,

한 번만 더 꽃을 피워보잔다

 

나도 어떤 무심함으로, 별 의식 없이 “누군가를 버린 적 있”지 않던가. 시인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하나 시인은 한 발 더 나아간다. 납작하게 “바닥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밟힌 꽃, 하여 “달콤함과 향기는” 사라지고 “딱딱하게 굳어간” 그 꽃은 “결코 지는 법 없”다는 시적 인식으로 말이다. 그 인식은 시인이 버린 ‘누군가’가 그의 마음 바닥에 있는 “신발에 질척하게 달라붙”기에 가질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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