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숙
바닥에 버려진 꽃들, 납작하다
뿌리가 없고 줄기가 없는
저 꽃들은
밟혀도 결코 지는 법 없다
한때 누군가의 입안에서
다듬어지고 둥글어지던,
달콤함과 향기는 모두 내어주고
딱딱하게 굳어간
때가 새까맣게 묻은
저 검은 꽃
누군가를 버린 적 있다
납작 바닥에 엎드려 우는 걸 보았다
방금 버려진 듯한 꽃 하나
내 신발에 질척하게 달라붙는다
끈적한 꽃,
한 번만 더 꽃을 피워보잔다
…
나도 어떤 무심함으로, 별 의식 없이 “누군가를 버린 적 있”지 않던가. 시인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하나 시인은 한 발 더 나아간다. 납작하게 “바닥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밟힌 꽃, 하여 “달콤함과 향기는” 사라지고 “딱딱하게 굳어간” 그 꽃은 “결코 지는 법 없”다는 시적 인식으로 말이다. 그 인식은 시인이 버린 ‘누군가’가 그의 마음 바닥에 있는 “신발에 질척하게 달라붙”기에 가질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