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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봄

등록일 2025-08-26 18:10 게재일 2025-08-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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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조

창밖이 일시에 소리들로 와글와글

활짝 성능 좋은 스피커 열어놓은 듯

비 온 뒤 짱짱 귀가 열리는

저 아이들 소리, 온갖 새소리들···.

 

우중충 하늘의 장막 걷힌 날은

너나없이 반짝 우울을 걷어내듯

소리가 소리를 물고 꽃처럼 활짝,

빗속에 숨었다 놀러 나온 소리들

동네가 한바탕 말잔치 벌였다

 

더욱이 여기는 소리들로 넘쳐 나는

하늘과 땅이 열린 한적한 시골, 그럴수록

듣지 못하는 소리 더 잘 들려

사방 하느님과 독대하는 소리 귀 먹먹

대낮에도 장닭이 홰를 치고 우는

 

봄날도 환한 봄날!

 

비 개인 봄날 아침, 화창해진 세상이 주는 환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위의 시는 소리로 표현했다. 아침 창밖에 들리는 ‘아이들 소리’와 ‘온갖 새소리들’로. “빗속에 숨었다 놀러 나온”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들도 시인을 우울로부터 벗어나게 이끈다. 이러한 환한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것은 시인이 시골에 있어서다. 이곳은 “하늘과 땅이 열린 한적한” 곳, 하여 “하느님과 독대”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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