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광주리에 담긴 사과 새들새들 곯았다
더 작아져 쪼글쪼글해진 사과는
굳은살처럼 각질이 두터워
칼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쪼글쪼글해진다는 것은
팽팽히 잡고 있던 끈 놓치지 않고 더 깊어져
제 속으로 들어가
밑바닥에 닿아 보겠다는 것 아닌가
사람도 오래되면 내장에 구김이 지고
눈동자에도 주름이 잡힌다지
그 주름의 힘으로
비록 말라비틀어져도
더 깊이 생의 바닥에 닿을 수 있다지
새금새금 단내를 짙게 풍긴다지
….
“작아져 쪼글쪼글해진 사과”처럼 사람도 나이 들면 몸-‘내장’-에 주름이 잡히리라. 영혼과 정신-‘눈동자’-에도. 시에 따르면 이 주름은 팽팽함의 포기가 아니다. 다만 자신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밑바닥에 닿아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이다. 의지는 힘을 발산시킨다. 힘이 응축된 주름은, “비록 말라비틀어져도” “생의 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힘쓴다. 주름진 사과가 더 삶의 단내를 풍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