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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의 힘

등록일 2025-08-25 18:10 게재일 2025-08-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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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광주리에 담긴 사과 새들새들 곯았다

더 작아져 쪼글쪼글해진 사과는

굳은살처럼 각질이 두터워

칼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쪼글쪼글해진다는 것은

팽팽히 잡고 있던 끈 놓치지 않고 더 깊어져

제 속으로 들어가

밑바닥에 닿아 보겠다는 것 아닌가

 

사람도 오래되면 내장에 구김이 지고

눈동자에도 주름이 잡힌다지

그 주름의 힘으로

비록 말라비틀어져도

더 깊이 생의 바닥에 닿을 수 있다지

새금새금 단내를 짙게 풍긴다지

….

“작아져 쪼글쪼글해진 사과”처럼 사람도 나이 들면 몸-‘내장’-에 주름이 잡히리라. 영혼과 정신-‘눈동자’-에도. 시에 따르면 이 주름은 팽팽함의 포기가 아니다. 다만 자신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밑바닥에 닿아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이다. 의지는 힘을 발산시킨다. 힘이 응축된 주름은, “비록 말라비틀어져도” “생의 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힘쓴다. 주름진 사과가 더 삶의 단내를 풍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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