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모 레오파르디(김운찬 옮김)
이 외로운 언덕은 내게 언제나 사랑스러웠지,
아득한 지평선의 이곳저곳을
시야에서 가리는 이 산울타리도
하지만 가만히 앉아 그 너머
끝없는 공간과 초월적인 침묵,
더없이 깊은 고요함을 바라보노라면
나는 상상 속에 잠기고, 심장이
두려움에 떨려 온다. 초목 사이로
속삭이는 바람 소리가 들릴 때면,
저 무한한 침묵을 이 목소리와
비교해 본다. 그러면 영원과 이미 죽은 계절들,
살아 있는 현재의 계절과 그 소리가
마음속에 떠오른다. 그렇게
광활함 속에 나의 상상은 빠져들고
이 바다에서의 난파는 달콤하구나.
…
레오파르디는 19세기 초반에 활동한 이탈리아 최초의 근대 시인. 콜레라에 걸려 1837년 3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위의 시는 그의 시 중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시라고. 시인은 산울타리 너머의 “끝없는 공간과 초월적인 침묵”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침묵의 영원과 현재의 바람 소리, “이미 죽은 계절들”을 마음속에서 융합하고는, 이 바다 같은 “광활함 속에”서 ‘달콤’하게 난파하는 자신을 한껏 느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