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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등록일 2025-08-11 18:09 게재일 2025-08-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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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이

나는 바닥에 소복이 쌓이고 나 같은 것들과 휩쓸려 다니면서 철쭉 사이로 빠지고 차도로 뛰어들고 바퀴를 따라 펄럭이다가 즉사하고 아스팔트에 핏자국을 남기고, 바람을 따라 아파트 14층까지 날아오르고 모르는 집 창을 기웃거리고 잠옷 바람의 여자와 마주치고 더 높이 올라갔다가 까마득히 뛰어내리고

 

가벼운 것들은 춤출 수 있다 나비처럼 새처럼

가벼운 것들은 망가지고 깨지고 산산조각 나고 짓밟히고 죽을 수 있다

 

비로소 사방으로 내려앉아 꽃이 될 수 있다

꽃잎에 대한 인상적인 이미지화다. 시인은 아름답게 피어 있는 꽃잎이 아니라 땅에 떨어진 이후의 꽃잎이 살아가는 행로에 주목한다. 꽃잎은 가벼운 존재여서 여기저기 흩날리는데, 그 행로는 그야말로 고통이다. “망가지고 깨지고 산산조각 나고 짓밟히”는 삶을 살아야 하니까. 하나 그러한 고난을 통과하면서 “나비처럼 새처럼” 춤을 출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 것, ‘비로소’ 꽃잎은 “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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