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우
그대를 꽃이라고 부른다.
불처럼 타는 가슴 여기저기 때리며 큰 못을
박는
이따위 더러운 돈, 진실로 하루 세끼 라면값도
안 되는 몇 푼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비로소 정정당당하게
정정당당하게 한 번쯤 일해 보기 위하여 싸우고
소리높여 죽은
그대를 속삭이듯 꽃이라고 부른다.
침묵 속에서 혹은 저 이름모를 무수한
봉제공장바닥에서
살을 누비듯이 헝겊을 누비고 단추를 달고
눈물을 삼키는 친구들은
그대여,
아직도 부르르 주먹만 살고,
적수공권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피투성이 음침한 거리 먼지 낀 하늘 아래
날마다 다시 살아 그 가슴에 잘 타는
기름을 붓고,
또다시 온몸에 불을 붙이는
그대를 입을 모아
꽃이라고 부른다.
….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과 함께 자신을 불태워 1970년 당시 노동자의 현실을 세상에 알렸던 전태일. 여전히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고 있는 현 한국에서 그 이름은 여전히 울림을 준다. 그를 기리는 위의 시는 1984년 발간된 시집에 실려 있지만 낯설지 않다. 권리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이 전태일을 꽃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모든 노동자를 위해 자신을 불태운 그가 불꽃처럼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