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경
바람 빠져 시든 풍선처럼
가슴에 달고 사는 훈장 하나
삼십 년 지기 기관지 확장증
분필 가루 마시며 지킨 교단
허파 가득 바람 든 욕심
잔기침 대수롭지 않게 여긴 무심
그렇다면 그것도 일종의 직업병
잔뜩 성난 코로나 습격에도
끄떡없이 견뎌준 고마운 내 풍선
다시 빵빵할 일 있을까마는
바람 가득한 날들의 추억은 은퇴선물
너도 풍선 터질 듯
잔뜩 꽃바람 든 적 있니?
가슴에 달고 사는 훈장 하나 있니?
가슴 터져도 좋으니
펌프질하는 사랑은 있니?
…
‘기관지 확장증’이라는 병을 처음 알았다. “잔기침 대수롭지 않게 여긴 무심”으로 병이 심화되었다는 것을 보면 시인도 몰랐나 보다. 이 병을 얻게 된 것은 분필 가루 마시며 교단을 지켜왔기 때문, 그래서 시인에게 이 병은 직업병이다. 하나 시인은 생각을 전환시킨다. 병을 얻어 은퇴하지만 “바람 가득한 날들의 추억”이 선물처럼 남았다는 것, “가슴 터”지도록 “펌프질하는 사랑”으로 가득했던 날들의 추억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