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관
몸 안에서 다른 몸이 일어설 때
아이를 밴 여자가
헛구역질을 하면서
쏟아지는 모욕을 걸을 때
모든 물음이 창처럼
옆구리를 관통할 때
오래된 술잔을 거부할 때
지평선이 활활 타오를 때
(중략)
갈 수 없는 먼 곳이
울먹이며 다가올 때
적이 친구가 되고
친구가 적이 될 때
다시 사랑이 시작될 때
모든 시작을 사랑할 때
여자가 드디어 강물을 낳을 때
…
혁명은 정치적 영역만이 아니라 하나의 삶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시적인 이미지로만 표현할 수 있는 ‘나의 혁명’. 시에 따르면 온갖 모욕을 뚫고 나갈 때, 오래된 생각을 거부하고 제기된 새 물음들의 창날에 옆구리를 내어주면서 마음의 “지평선이 활활 타오를 때” ‘나의 혁명’은 일어난다. 그것은 “시작을 사랑”함으로써 “다시 사랑이 시작”되는 것, 이때 비로소 “여자가 드디어 강물을 낳”으며 혁명은 시작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