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경
조금 먹고 조금 싸며 살겠다고
직장을 뛰쳐나간 동료가 있었지
회사를 나간 그는
끝내 다른 회사에서 마늘만 먹고 있다는데
참는 자에게 복은 온다고
오래도록 참았지만 여전히 마늘만 먹고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하며
정해진 시간에 지문을 찍고
맘껏 숲을 누비고 싶은데
그렇게 살면 사람 되긴 영 그른 건지
사람이 될지 안 될지 모르면서
마늘만 먹고
그런데 동굴을 뛰쳐나간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대?
…
단군신화에 나오는 호랑이와 곰. 우리는 곰의 후손일까 호랑이의 후손일까. 한국 민담이나 민화에 호랑이가 자주 나오는 걸 보면, 인간되기를 거부하고 동굴을 뛰쳐나간 호랑이의 후손 아닐까. 21세기 한국에서 호랑이의 후손들은 동굴 속에서 마늘을 먹으며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사람 되길 기다리며, “정해진 시간에 지문을 찍”으며. 하나 동굴을 뛰쳐나가 “맘껏 숲을 누비고 싶은” 마음은 더욱 들끓고 있는.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