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담
바람이 들락대는/ 허공에 산다
일생 창자를 녹여/ 실로 엮은 집
밤이면/ 별들이 줄을 내리는/ 어둠 한 채
쿵쿵 심장을 두드리는/ 오지 않는/ 너의 발소리
불룩한 그리움을 입다심하는/ 수인번호 선명한/ 나의 집
……
시인에게는, 그가 죄수가 되어 갇혀 사는 또 다른 집이 있다. 마음의 집이 그것. 거미의 집과 닮아 있는 집. 하여 그의 마음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을 터, 거미집에서처럼 “바람이 들락대”며 “별이 줄을 내”리고 있다. 그는 그 집에서 “오지 않는/너의 발소리”를 ‘쿵쿵’ 뛰는 심장 소리로 들으며 그리움에 사로잡혀 산다. 그 집은 바로 그 그리움이 실을 자아내어 만든 것 아닐까, 거미가 “창자를 녹여” 집을 엮듯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