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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집

등록일 2025-07-29 18:08 게재일 2025-07-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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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담

바람이 들락대는/ 허공에 산다

 

일생 창자를 녹여/ 실로 엮은 집

 

밤이면/ 별들이 줄을 내리는/ 어둠 한 채

 

쿵쿵 심장을 두드리는/ 오지 않는/ 너의 발소리

 

불룩한 그리움을 입다심하는/ 수인번호 선명한/ 나의 집

……

시인에게는, 그가 죄수가 되어 갇혀 사는 또 다른 집이 있다. 마음의 집이 그것. 거미의 집과 닮아 있는 집. 하여 그의 마음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을 터, 거미집에서처럼 “바람이 들락대”며 “별이 줄을 내”리고 있다. 그는 그 집에서 “오지 않는/너의 발소리”를 ‘쿵쿵’ 뛰는 심장 소리로 들으며 그리움에 사로잡혀 산다. 그 집은 바로 그 그리움이 실을 자아내어 만든 것 아닐까, 거미가 “창자를 녹여” 집을 엮듯이.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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