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읍지역사회보장協·새마을부녀회, 매달 ‘사랑의 반찬 나눔’ 정부지원금 한 푼 받지 않고 수년째 봉사활동 명맥 이어와 ‘눈길’
“따뜻한 마음 한 끼 배달왔습니다”
23일 새벽 5시, 동트기 전 어스름한 새벽 공기를 뚫고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위치한 새마을부녀회 사무실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새어 나왔다.
이곳에서 구룡포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이하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새마을부녀회 회원 20여명은 옹기종기 모여 반찬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2017년부터 홀몸 노인,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해 매달 ‘사랑의 반찬 나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 가지 특이 점은 정부지원금 한 푼 받지 않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의 입회비와 후원금 등으로 봉사활동의 명맥이 수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황보관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은 “혼자서만 잘 사는 삶보다 더불어 잘 사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협의체에서 저소득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복지시각지대 가정을 직접 발굴해 그들에게도 반찬을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현재 환경미화원, 장애인 등을 포함해 모두 250세대에 반찬을 나눠주고 있다.
이날 메뉴는 무더운 여름철 원기 회복에 좋은 ‘전복삼계탕’과 새콤 아삭한 ‘오이 양파 무침’이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여름 날씨 속 앞치마에 위생모, 장갑 등을 착용한 채 뜨거운 불 앞에 서 있는 회원들은 온몸이 땀 범벅이었다. 하지만 회원 중 누구 하나 인상을 찡그리는 이는 없었다. 모두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순자 구룡포새마을부녀회장은 “내 몸은 힘들지만, 정성껏 만든 반찬을 드실 어르신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힘이 저절로 난다"면서 “매달 우리 반찬을 먹을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리고 있다 어르신들의 말을 들을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전 11시쯤이 되자 정성들여 만든 음식들이 완성되기 시작됐다. 인삼, 찹쌀, 밤, 대추 등을 푹 고아 제대로 맛을 낸 보양 삼계탕과 빛깔 고운 오이소박이의 포장까지 모두 마무리됐다.
이어 협의체 회원과 공무원,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등은 음식이 식기전에 맡은 구역별로 반찬 배달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음식 전달 뿐 아니라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고, 폭염 대비 행동요령도 함께 안내했다.
갓 끓인 삼계탕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본 어르신들의 얼굴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국물을 먼저 한모금 들이킨 어르신은 “시원하다”고 감탄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류성욱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공공위원장은 “이번 나눔행사는 물리적인 지원을 넘어 이웃 간 정을 나누고, 공동체의 따뜻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