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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쟈 마을

등록일 2025-07-28 18:12 게재일 2025-07-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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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막뜨(배양수 옮김)

어찌 당신은 비쟈 마을로 놀러 오지 않나요?

빈랑나무 위 햇빛을 보면, 빛이 고개를 들고

누구의 발인지 옥처럼 파랗고

대나무 잎은 밭을 가린다.

 

바람은 바람길로, 구름은 구름길로

물길은 슬픈데, 옥수수꽃은 활짝

달빛 아래 나루에 머문, 저 배는

오늘 밤 제때 저 달을 실어 갈 수 있을까?

 

먼 길을 온 손님의 꿈속에서도 먼 길이지

너의 옷이 너무 희어, 볼 수가 없고

여기 안개가 짙어 흐릿하니

누구의 사랑이 더 진한지 알 수 있을까?

얼마 전 ‘한막뜨’라는 시인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1940년 한센 병으로 28살에 요절한 시인으로 베트남의 국민시인이라고. 한국에서의 김소월이나 윤동주의 위상을 지닌 시인인 듯하다. 위의 시는 그의 대표시로 노래로도 만들어져 베트남인의 오랜 사랑을 받았다고. 달빛 아래 안개 낀 마을 풍경의 몽롱하고도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통해 사랑하는 마음에 깔린 불안과 방황, 황홀과 초조를 동시에 보여주는 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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