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생존경쟁 매대가 발판 소규모에서 경험 축적 후 확장 예비 창업인 야시장 경험 추천
“저의 가게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가겠습니다.”
대구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아파트 단지에 용용이 떡볶이 가게를 오픈한 박경준(38) 대표의 말이다.
박 대표는 지난 2023년 6월 칠성야시장 매대에서 첫 음식 장사를 시작했다. 그 뒤 약 1년 6개월만에 본인의 사업장을 열었다.
대구 일부 전통시장에서 운영하는 ‘야(夜)시장’은 최근 청년들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그런 ‘핫플’에서 장사를 접고 자신의 가게를 창업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지역 대표적인 야시장인 서문·칠성 야시장엔 매년 수십개의 매대 점포가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야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일부 상인들이 자신의 자체 브랜드를 걸고 창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도 같은 사례의 하나다.
지난달 17일 오후 9시쯤 유가읍에 위치한 용용이 떡볶이를 찾았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홀영업은 마쳤지만, 주방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밤 11시까지 배달 영업을 하고 있어 잠시도 쉴 틈이 없어 보였다. 배달 주문 음성은 쉴새 없이 울렸고, 그는 조리와 포장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원래 하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우연히 야시장 매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됐다”며 “음식 장사는 처음이기에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 결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야시장에서 장사할 당시 메뉴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인 햄버거를 선정했고, 거기에 남들과 다른 특색을 가미하기 위해 쌀빵을 이용했다. 하지만 장사는 녹록지 않았다”라면서 “메뉴를 수정하고 싶었지만 첫 입점할 때 선정한 메뉴만 할 수 있다는 야시장의 규정이 있어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메뉴를 바꿀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햄거버 메뉴를 성공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시식코너를 만들고, 일회용 앞치마를 포장해 나눠주는 등 고객을 포섭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의 노력은 시간이 지나 매상 상승이라는 보답으로 돌아왔다.
그는 다음해에는 첫해의 경험과 분석 등을 통해 순대볶음에 삼겹살을 올린 ‘삼겹순대’란 메뉴로 소위 대박이 났다. 장사가 너무 잘되어 가족들의 도움과 알바생까지 쓰게 됐다.
박 대표는 “장사가 잘되던 야시장 매대를 접고 직접 매장을 차리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야시장이 매년 겨울철 휴식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야시장 매대 운영으로 축척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민간식인 떡볶이와 튀김을 다음 메뉴로 선정하고 소스 개발에서 부터 튀김 두께 선정 등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매장은 홀에서 조리과정을 모두 지켜볼수 있도록 조리공간이 오픈했고, 튀김을 뷔페처럼 진열해 손님들이 직접 고를수 있도록 했다. 프렌차이즈 매장과의 차별화가 지역에서 꾸준한 인기를 끄는 비결로 보였다.
박 대표는 창업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에게 야시장에 먼저 입점해 장사를 경험해보길 추천했다.
박경준 대표는 “야시장 입점 상인들은 수십개의 매대가 많은 고민끝에 메뉴를 골라 품평회와 여러 과정을 걸쳐 입점한다”면서 “분명 야시장만의 매력이 있으며 상인들 역시 진짜 베테랑이고 끈끈함이 있다. 현재도 서로 연락하며 정보교류와 각종 문제점을 같이 해결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예비 창업인들이 긍정적인 생각으로 노력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지역 전통시장에 야시장은 올해로 문을 연지 10주년을 맞았다. 서문 야시장은 개점 당시 도시철도 3호선 개통 등이 맞물리면서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서문시장 화재와 코로나19로 운영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또 지난 2019년에는 칠성시장 야시장이 문을 열었다.
현재는 전통시장과 야시장이 함께 상생의 모델로 우뚝 서고 있다.
전통시장 진흥재단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에 야시장들이 잠시 주춤했지만 예전같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매년 품평회 등 절차를 거쳐 매대 운영자를 선발하고 있다”며 “단골 손님도 보유하며 수년째 장사를 이어온 점주와 신규 점주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 변화를 꾀하고 있기에 전국을 대표하는 야시장으로 발돋음한 거 같다”고 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