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이 안전모 착용 없이 질주 보행자 충돌 등 안전사고 ‘빈번’ 반납구역도 지정 안돼 무단방치 관련 법규는 국회 문턱 못 넘어 안전수칙 강제 못해 무방비 상태 경찰 “단속보다 계도 중점 현실 사업자·이용자 인식 전환 절실”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PM)가 일상 속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관련 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낮은 안전 의식과 법적 장치의 미비가 맞물리며 시민 불편과 사고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오후 포항시 북구의 한 대학교 캠퍼스 앞. 수업을 마친 학생들 사이로 전동킥보드가 빠르게 지나갔다. 제한속도(25㎞/h)를 훌쩍 넘기는 듯한 속도에 학생 몇몇은 매우 놀랐다. 또 다른 학생은 안전모 없이 이어폰을 착용한 채 인도와 차도를 넘나들며 내리막길을 주행했다.
같은 날 남구 철길숲. 산책을 즐기던 시민들 사이로 킥보드 한 대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탑승자는 청소년 두 명으로 모두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야 했다.
본지 기자가 이날 두 시간여 동안 포항 일대를 둘러본 결과 전동킥보드를 이용한 20여 명 중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과 2인 탑승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 박 모(23) 씨는 “캠퍼스가 넓어 킥보드는 정말 편리하다”면서도 “면허나 안전모 없이 타는 친구들이 많아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고 전했다.
중학생 A(15) 군은 “결제 수단만 등록하면 바로 탈 수 있고, 면허 인증은 어플에서 건너뛸 수 있다”며 “단속도 없으니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의 대여·반납 방식인 ‘프리플로팅(free-floating)’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정해진 반납 구역 없이 어디서든 반납이 가능해 킥보드가 보행로, 상가 앞, 차량 통행이 잦은 골목 등에 무질서하게 방치되는 일이 잦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조 모(42) 씨는 “학교 앞에 방치된 킥보드 때문에 아이들이 걸려 넘어질까 늘 불안하다”며 “아이들 통행이 많은 구간에는 최소한 주차 제한이라도 해야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PM은 만 16세 이상,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을 보유해야 하며, 1인 탑승과 안전모 착용이 의무다. 하지만 PM 대여업은 등록만 하면 가능한 ‘자유업’으로 분류돼 있어 사업자가 면허를 확인하거나 안전수칙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로 인해 지자체의 관리도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PM 관련 사고는 2016년 388건에서 2023년 1820건으로 4.7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안전모 미착용자는 75%, 사고 시 손상 부위 중 머리가 42.4%로 가장 높았다.
면허 보유 비율은 47%에 불과했고, 무면허 18.3%, 신원 미확인은 34.7%에 달했다. 실제 무면허 이용자가 절반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4월에는 경남 김해에서 면허 없이 헬멧도 착용하지 않고 킥보드를 타던 10대가 승용차와 충돌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관련 법안은 수년째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부터 PM 대여업 등록제와 면허 확인 의무화를 담은 ‘PM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 경찰청이 추진 중인 ‘전동킥보드 전용 면허’ 역시 답보 상태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재는 단속보다는 계도를 통한 인식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면허 확인과 헬멧 착용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면허 운전이 적발되면 범칙금 10만 원과 함께 1년간 면허 취득이 제한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관리 주체가 명확해지고, 주차 질서나 안전 대책도 본격 추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