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마지막 대한(大寒)도 지났다. 소한 땜을 하느라 한파가 지나갔는지 조금 푸근해진 날씨에 성질 급한 꽃망울들은 맺기 시작하는데 심술꾼 미세먼지가 서북쪽 대륙에서 ‘나쁨’으로 밀려오더니 ‘낮음’으로 되다니 다행이다.
내일부터 ‘푸른 뱀띠해’의 설날 연휴가 엿새나 이어지는데 이 긴 명절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행복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주말과 연휴 사이의 27일이 월요일이라 정부에서는 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6일간의 황금연휴를 만들고 ‘민생경제 회복의 확실한 계기로 삼겠다’며 관광 활성화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하여 국내 여행과 착한 소비를 부탁하고 있다. 여기에다 31일이 금요일 샌드위치 데이라, 연차 휴가를 쓰게 되면 2월 2일까지 무려 9일간의 연휴가 된다. 이제 곧 입춘인데 따뜻한 마음의 휴가를 계획해 보자.
우리의 세속 풍속인 설날에는 정성껏 차례상을 차려 절하고 예쁘게 설빔 입은 자식들에게 세배받고 세뱃돈을 주며 덕담도 들려준다. 그리고 하얀 떡국을 따뜻하게 끓여 먹으며 또 한 해 가족의 행복을 빌어보는 것이다. 옛날 정월 초하루 전후한 날 밤에는 ‘야광귀’라는 신발 귀신이 와서 뜨락에 벗어둔 신발을 신어보고 맞으면 신고 가버리는데 신발을 빼앗기면 1년 동안 불운(不運)이 닥친다고 신발을 방 안에 숨기거나 벽에 체를 걸어두었는데, 야광귀가 체의 구멍 수를 세다가 날이 새어 돌아간다는 재미있는 얘기도 있다. 요즘은 복조리를 사서 복을 담아보라는 복조리 장수도 사라졌다.
올해의 귀성길은 더욱 붐비겠다. 10일간 약 3500만명의 대이동과 설 당일에만 600만명이 예상되어 당국에서는 안전관리 강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설 연휴 4일간(27~30일) 전국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한다. KTX, STX 등 열차도 최대 40% 할인하고 국내선 공항과 여객터미널 등의 주차장도 감면하고 있으니 모처럼의 긴 설 연휴를 맞아 고향의 부모님을 찾는 마음이 좀 더 편안해졌으면 한다. 또 고속버스 시외급행버스도 증편 운행한다고 하니 차량운행도 대폭 늘어나는 만큼 안전 운행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향 나들이를 더 즐기도록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자의 관광계획을 내놓고 있는데 포항은 기계 문성리에 있는 새마을 발상지 기념관과 남양 홍씨 종택을 전면 개방하여 고향의 정을 흠뻑 느끼도록 할 계획이다.
6일간의 긴 연휴 동안 많은 친족과 지인들을 만나서 밝은 인사 나누며 명절 놀이하며 모이는 곳에 요즘 급성 호흡기 질환인 독감 등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위생관리에도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특히 이번 독감은 RSV 바이러스 감염으로 기침 가래 콧물과 인후통 등 영유아와 고령층에 치명적이니만큼 의심자 접촉을 삼가며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여 모처럼의 가족 만남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보건당국도 ‘응급의료체계 유지 특별 대책’을 발표하여 다음 달 5일까지 응급의료 분야의 부족 등 중증 응급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한다.
아무쪼록 긴 설 연휴에 너무 마음을 풀지 말고 알뜰한 계획과 안전 수칙 등을 잘 지켜서 ‘소한 얼음 대한에 녹듯’이 따뜻한 설날을 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