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우려했던 ‘의대블랙홀’ 현상이 현실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종로학원이 전국 의과대학의 정시지원자 수를 집계했더니 지난해(8098명)에 비해 2421명 늘어난 1만519명이나 됐다. 이번 정시에서는 전국 39개 의대에서 수시 미충원분 105명을 포함해 1599명을 모집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했을 때부터 의대블랙홀 현상은 예상됐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는 않다.
비수도권 의대가 지원자 수 증가세를 이끌었다. 권역별로 대구·경북권 5개 의대 평균 경쟁률이 10.88대1로 가장 높았다. 대구가톨릭대는 14.6대1, 계명대 의대는 14.11대1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산·울산·경남권역 6개 의대는 7.2대1을 나타냈다. 서울권 8개 의대는 4.19대1이었다. 예상한 대로 ‘지역인재 전형’ 지원자수도 급증했다. 지방권 21개 의대의 지역인재 전형 지원자 수는 전년 1196명에서 올해 2162명으로 80% 이상 증가했다.
의대선호 현상 앞에 명문대 자연계열은 속수무책이었다. 서울대 자연계(의약학 계열 제외) 지원자 수는 지난해 3134명에서 2025학년도 2549명으로 18.7% 줄었고, 연세대 자연계 지원자 수도 2589명으로 전년(2854명)보다 265명(9.3%) 줄었다. 연세대는 의대증원 여파로 수시모집 합격자가 대거 등록을 포기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의대 열풍으로 자연계 첨단학과조차 상위권 학생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국가미래를 고려할 때 크게 우려되는 일이다. 지금 세계 유수기업들은 이공계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만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빅테크들이 인재확보에 사운(社運)을 걸다시피 하는 것은 핵심 원천기술이나 초격차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선점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순식간에 도태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인재들이 이공계 진학을 외면하는 현상이 계속되면, 얼마 안 가 우리 국가 경쟁력에 적신호가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