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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자년 걸릴 문제를 5분만에’ 양자컴 시대 온다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4-12-17 20:00 게재일 2024-12-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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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양자칩 ‘윌로우’ 장착 컴 공개<br/>AI ‘학습 시간’ 크게 단축시켜<br/>무궁무진한 분야에 활용 가능<br/>개발 속도내던 후발주자 한국  <br/>탄핵정국 돌입하며 ‘시계제로’
구글 Quantum AI의 ‘윌로우’ 칩. /연합뉴스

구글이 지난 10일(현지시각) 최신 양자 칩 ‘윌로우(Willow)’를 장착한 양자컴퓨터를 공개했다.

양자컴퓨터가 아직 상용화된 것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를 ‘주판’ 수준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 구글 측의 설명이다.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인 ‘프런티어’가 10자년(10의 24제곱, 10셉틸리언) 걸려 푼 문제를 단 5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10자년은 우주의 나이를 초월하는 아득한 시간이다. 다만 양자컴퓨터가 양자 연산의 최소 단위인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오류도 증가하는 점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이번에 구글이 만든 양자칩은 이 오류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기존컴퓨터가 연산을 수행할 때 0과 1을 사용하는 비트를 기본연산단위로 하나 양자컴퓨터는 0과1을 동시에 갖는 중첩성을 활용한다.

양자컴퓨터는 활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우선 금융 분야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고 제약, 항공우주부터 에너지와 기후변화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분야에서 초현실적인 속도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AI(인공지능)반도체에 쏠려있던 무게 중심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딥러닝을 통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데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전력,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데 비해 양자컴퓨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AI의 학습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 개발소식에 시장도 즉시 반응했다. 그동안 견고하게 상승흐름을 지키고 있던 엔비디아의 주가가 일주일 사이 무려 6%나 빠진 반면 양자컴퓨터 관련주는 빠르게 상승했다. 구글은 5% 이상 급등하며 신고가를 썼고 양자컴퓨터 분야서 경쟁하고 있는 IBM과 아이온큐 등의 주가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게임체인지로 올라서면서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가상화폐시장.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보안 시스템으로 불리는 블록체인기술이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쉽게 뚫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의 경우 수학적 암호를 푸는 방식의 채굴부터 거래와 지갑 보관까지 모두 암호화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만능열쇠 양자컴퓨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14일 가상자산 글로벌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1.99% 오른 10만 817달러에 거래 중이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5.06% 오른 3953달러, 리플은 1.24% 오른 2.41달러에 거래 중이다. 지난 10일 비트코인은 10만 달러 밑에서 횡보하다가 9만 400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한국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후발주자에 속한다. 2022년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후 지난해 국가 양자전략이 수립되고 올해 양자과학기술 및 산업육성법이 제정됐다.

출발은 늦었지만, 정부 주도하에 적극적인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초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2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시연했으며 2026년까지 490억 원을 투자해 50큐비트급을 개발하고, 2031년까지 1000큐비트급 2035년까지 상용화된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양자전략위원회를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출범해 양자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에 돌입하면서 시계 제로의 상황이 됐다.

한 양자분야 연구자는 “세계가 양자컴퓨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기술경쟁에 밀리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하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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