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지난 7일 모두 무산되면서 ‘포스트 계엄’ 정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탄핵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국민의힘이 단합해서 윤 대통령 탄핵 위기를 넘긴 것은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2016년 12월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여당 비박계 의원들이 대거 탄핵에 동조하면서 보수정권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만약 이번에도 탄핵이 가결됐다면 국민의힘은 유력 대권주자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내주고,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제 ‘2선 후퇴’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 퇴진 시까지 대통령은 사실상 직무 배제될 것이고 국무총리가 당과 협의해 국정 운영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미 거국 중립 내각 구성, 책임총리제 전환 등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 대표는 어제(8일)도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로드맵을 논의했다.
여권의 최대현안은 악화한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다. 조기 대선을 통해 집권을 노리던 민주당이 들끓는 여론을 등에 업고 총공세를 펴고 있는데다, 윤 대통령에 대한 당국의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 정황 등이 구체화 되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 야권은 앞으로 임시회 회기를 일주일 단위로 끊어 탄핵안 재발의와 표결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제 국정 운영의 키는 국민의힘이 쥐게 됐다. 한 대표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사실 이번 탄핵 정국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 대표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당원게시판 논란’ 때처럼 또다시 당내 친윤계가 한 대표 통솔력에 시비를 걸면 여당은 난파선이 된다. 여권은 한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정국안정 방안을 상황에 따라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