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은 결국 6시간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전날 밤 10시 25분께 윤 대통령이 갑자기 발표하면서 시작된 비상계엄은 이튿날 새벽 4시 27분께 해제됐다. 해제 과정까지 약 6시간이 걸렸지만, 실제로는 윤 대통령의 선포 후 국회가 새벽 1시께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해 사실상 2시간 30분 만에 끝난 셈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의문만 남았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최악의 ‘자충수’를 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평소 강조했던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겠다는 확신이 과잉되면서 오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거대 야당의 탄핵 공세와 예산 편성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자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전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는 국회를 향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 등의 거친 표현이 담겼다. 통상적인 대통령의 문법이라기보다는 전장의 격문에 가까웠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이 야당의 예산 처리와 탄핵을 과도한 정치적 공세로 몰아 부당성을 알리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여당이 의석 열세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종의 충격 요법을 통해 여론전을 벌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그러기엔 사태 전개 과정이 너무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차피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비상계엄을 준비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국회 과반 의결이면 바로 해제돼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게 그동안 대통령실의 대응 논리였다. 이에 이날도 국회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본회의를 열어 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곧바로 계엄 무효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극소수의 참모와만 계획을 공유하면서 계엄 사태가 불러일으킬 후폭풍을 예견하지 못하고 정치적 오판을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직전에 경호처장을 역임했으며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반면 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고위급 참모는 물론 대다수 국무위원조차도 전날 계엄 선포 직전까지 이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