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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시설을 아름답게 가꾸는 손길들

등록일 2024-11-05 18:15 게재일 2024-11-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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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며 서서히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도심을 가로 지르는 포항철길숲 길가로 줄지어 선 나무들과 눈인사하며 가볍게 저어가니, 붉거나 누런빛을 띈 잎새가 간간이 떨어지며 반기는 듯하다. 한결 선들해진 날씨에 여행을 떠나거나 활동하기에 편한 계절, 아침 일찍 자전거 두 바퀴를 한 시간여 굴려서 당도한 곳은 영일대해수욕장 끝 해안마을 뒷동산에 위치한 환호공원 내 물의공원 입구다.

챙이 넓은 파란 모자를 쓰고 연청색 조끼를 사람들이 삼삼오오 물의공원 벤치에 모여들어 인사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입구 쪽 도로변에는 삽과 곡괭이, 호미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는 관목류의 묘목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는 걸 봐서는 묘목을 심기 위해 준비해 놓은 것으로 여겨졌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단장인 듯한 사람이 앞에 나서서 오늘의 작업내용과 일정 등에 대해 안내하고, 초청한 조경전문가가 관목류 식재방법과 요령, 주의점 등에 대해 실습을 곁들인 현장교육을 진행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공시설가꾸기봉사단의 ‘제80차 환호공원 가꾸기’ 자원봉사활동의 시작 모습이다.

이어 30여명의 봉사자들은 각각 삽이나 곡괭이, 호미 등을 들고 흩어져 익숙한 듯 재발리 활동에 들어갔다. 오늘 심게 되는 나무는 하얀꽃·분홍꽃 진한 향기가 은은히 피어나는 원예종 ‘꽃댕강나무’이다. 수종이 다소 생소한 것 같지만 ‘평안함’이라는 꽃말로 학교나 공원, 공공건물 등지의 진입로 유도식재로 많이 심게 되는 덤불형 관목이다. 봉사단원들은 3~4개팀으로 나눠서 땅파기와 골 타기, 나무 심기, 흙 북돋우기 등의 과정을 분담해서 손발을 맞춰가며 순조롭게 작업을 이어갔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지나가던 많은 관광객들은 봉사자들의 수고로움에 감사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특히 프랑스에서 왔다는 3명의 여성들은 ‘볼런티어 원더풀(Volunteer Wonderful)’을 연거푸 외치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공공시설가꾸기봉사단은, 지난 2021년 11월 포스코에서 사회환원의 취지로 기증한 전국적인 핫플레이스 ‘스페이스워크’ 개장과 함께 출범, 초창기에는 스페이스워크 방문객들의 조형물 이용 안내와 안전유지, 주변 환경정화 등의 활동을 실시했었다. 그러다가 봉사단의 의미와 활동범위를 확장시켜 환호공원 전역과 포항운하 시설물까지 포함하여 곳곳의 미관개선과 편의성 증대를 위한 보행로 주변 화단조성 및 녹지대 명패관리 등 필요한 개소에 맞춤형 활동을 펼침으로써 공공시설물의 가치와 실질적인 유지보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시민들의 문화와 여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포항 최대 규모의 공원을 더 깨끗하고 편리하게 가꿔 나가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아름답기만 하다. 스페이스워크로 가는 길목에 지난 봄날 400여 그루의 형형색색 수국을 심은데 이어, 이번에는 900여 그루의 꽃댕강나무를 심어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꽃향기와 환한 꽃망울로 환호공원을 찾는 이들을 반겨 맞을 것이다. 식재작업을 마치자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오후부터 가늘게 내리는 가을비가 포스코의 따스한 지역사랑 마냥 촉촉하고 흡족하게 땅을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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