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노벨상 수상자 나왔지만… 책 안 읽고 문해력 떨어지는 학생들

김채은기자
등록일 2024-10-21 20:04 게재일 2024-10-22 7면
스크랩버튼
경북매일, 문해력 지수 테스트<br/>지역 중학교 3학년 24명에 총 6문항 출제… 만점자 한 명도 없어<br/>‘가결’ 최다 오답·임시로 붙인 제목 ‘가제’와 ‘가재’ 헷갈려 하기도<br/>24명 중 11명만 학교 도서관 이용… 책보다 스마트폰 등 더 익숙<br/>   전문가 “독서량 적고 숏폼 소비 경향은 문장 조합 의미 파악 약화”
문해력 시험 이미지. /unsplash 제공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지만, 정작 한국 학생들의 독서량은 줄고 문해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경북매일신문은 지난 16일 청소년의 실제 문해력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문해력 테스트가 이뤄진 곳은 포항시의 모 중학교. 3학년 한반인 24명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검사는 총 6문항으로 출제되었다.

각 문항은 4지 선다형 3개, 2지 선다형 2개, 주관식 1개로 구성됐다. 약 30분간 검사가 진행된 후 학생들에게 검사 난이도를 물으니 대부분 ‘쉬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학급 내 문해력 검사에서 만점자는 없었다. 실제로 일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조차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출제한 문항 중 최다 오답은 ‘가결’이라는 단어가 문제나 안건을 합당하다고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맞냐는 물음에 대해 24명 중 17명(70.8%)의 학생이 아니라고 답했다. 아예 답을 적지 못한 학생도 있었다.

‘심심한 사과’는 매우 깊고 간절한 사과를 뜻한다’는 문항도 오답이라고 ‘X’를 선택한 학생이 12명(50%), ‘임시로 붙인 제목’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묻는 말에 ‘가제’를 선택하지 않고 오답을 선택한 학생이 12명(50%)이었다. ‘우천 시 취소’의 뜻을 묻는 유일한 주관식 문제에서 ‘모름’이라고 답변한 학생의 수는 6명(25%)이나 있었다.

이 외에도 검사지 문항은 ‘사흘’이 며칠인지 묻는 문항과, ‘금일’이 언제인지에 대한 문항 등으로 구성되었다. 검사지 전반이 2지 선다형 등 객관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 답을 알지 못하더라도 둘 중 하나를 잘 찍기만 해도 정답을 맞힐 확률이 높아 실제 학생들의 문해력 정도보다 높게 평가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 문해력 검사 후 실시된 인터뷰에서 A(16)학생은 “잘 알지 못하는 2문제는 아무거나 골랐다”며 “직접 뜻을 쓰라고 하면 몰랐을 것 같다”고 말했다. B(16)학생은 “심심한 사과의 뜻이 성의 없는 사과가 아니겠나”고 말하는가 하면“가결은 잘 모르는 말이었지만,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 들어 ‘X’를 선택했다”라고 오답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 외에도 학생들은 “‘우천 시’가 몇 시를 뜻하는 것이냐”, “‘가재’와 ‘가제’ 중 맞는 말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수업 시간 이외 학교 도서관을 사용해 본 학생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24명 중 11명(46%)만이 사용해 봤다고 응답했다. 학급 담임인 김 모(44) 교사는“요즘 아이들에게 독후감을 써오라 해도, 독서 유투브를 보고 요약된 줄거리를 그대로 써온다”며 책보다 스마트폰 및 전자기기와 더 가까운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렇듯 아이들의 평균 문해력이 나날이 저하되는 이유는 부족한 독서량과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이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김중수 부산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짧고 즉각적인 ‘숏폼 콘텐츠’만 소비하는 경향때문에 문장을 조합해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문해력은 단지 단어의 뜻을 파악하거나 어휘력을 기르는 것 이상을 넘어 사고체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실질적으로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독서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적용되는‘학교 도서관 진흥 기본계획’을 지난 3월 마련했고, 이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기본계획에서 교육부는 사서 교사 정원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전문 연수 과정을 운영해 독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노벨상 수상이 독서교육 활성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채은기자 gkacodms1@kbmaeil.com

포항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