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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꿈나무들의 육성과 희망

등록일 2024-10-15 18:40 게재일 2024-10-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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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하늘 높푸르고 흰구름 둥실 떠가니 억새가 손짓하며 반긴다. 정갈한 햇살에 마음의 습기마저 말려지는 듯한 10월, 과연 문화의 달 답게 시월은 연일 행사가 한창이다. 체육대회는 물론이고 전시·공연·음악회·백일장·기념·체험·버스킹·축제 등의 온갖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눈길 닿고 발길 머무는 곳마다 음악이나 함성소리가 들리고 문화시설마다 온갖 행사로 광고나 홍보물이 빼곡하다. 그만큼 날씨도 좋고 사람들이 북적대니 밝고 활기차 보인다.

그 중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곳은 묵향이 피어나는 학생들의 서예작품이다. 삐뚤삐뚤 서툴고 미숙한 듯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소박하고 순수하며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점획들이 정겹기만 하다. 마치 누구나 성장과정을 거쳐왔듯이 자신들이 아득한 학생시절로 되돌아가 티없는 순박함으로 무작정 붓 가는 데로 쓰고 그린 붓질처럼 여겨져 한결 친근하게 느껴진다. 철없던 시절의 흔적이랄까, 시간의 단면 같은 아득함이랄까, 박제된 그리움마냥 순진무구한 학생들의 작품에서 묻어나는 먹내음이 진하고 무던하기만 하다.

이러한 전시회는 최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충효학생서예대전’의 입상 작품전이다. 포항서예가협회가 주최·주관한 충효학생서예대전은 포항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타 시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서예 꿈나무들의 발굴과 육성, 장려를 위해 지난 1992년부터 한번도 거른 적 없이 매년 개최해온 학생 서예 공모전이다. 갈수록 응모작품과 참가학생이 줄어드는 아쉬움이 있지만, 서예학원과 학교 출강 지도강사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올해 33회째 명맥을 이으며 성황리에 열렸다.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일상화되는 첨단기기의 정보화 사회에서 옛 선인들의 정신과 기예를 되살려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올바른 교육문화 형성에 보탬을 주는 서예 꿈나무 발굴·육성은 참으로 바람직하며 의미 있는 일로 여겨진다. 현대를 살아갈수록 자칫 소홀해지기 쉽고 등한시돼 버릴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예술이, 이와 같은 서예대회를 통해 명맥을 잇고 충효사상을 고취하는 계기가 된다면 전통의 가치제고와 정신문화 고양에도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전통문화 계승과 예술적 감성을 북돋우는 학생서예대회는,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학생들의 글로벌 정신과 다양한 콘텐츠 창작품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가는 비전을 제시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할 것이다.

동양 특유의 은은한 멋과 선비정신이 우러나는 서예를 평소 갈고 닦음으로써 정직한 마음과 바른 행실을 습관화할 수 있음은 물론, 청소년들의 정서순화와 건전한 인격형성에도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족한 예산과 출품 수 감소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매년 열리고 있는 충효학생서예대전은, 지역 서예계 꿈나무들의 발표 기회와 희망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후진양성과 서예인구의 저변확대에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학교 공부와 학원 수업에 쫓기면서도 틈틈이 갈고 닦으며 서예솜씨를 마음껏 발휘해 입상한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낸다. 갈수록 인구와 학생수가 감소하지만, 학생들에게 전통문화의 계승을 일깨우고 예술적 탐색을 통한 미래 인재 양성에 힘써 나가는 충효학생서예대회가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과 지자체의 육성·지원으로 활성화되고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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