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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복날 경로당 농약사건’ 첫 사망자 나와. 경찰, 유력용의자 선상 올려놓고 수사중 숨져.

박종화기자
등록일 2024-07-31 05:00 게재일 2024-07-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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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보름만에 주요 단서 쥔 80대 할머니 숨져… 수사 장기화 될 듯<br/>  다른 피해자 4명에 공통 발견된<br/>  살충제 외 살균제 성분 더 검출<br/>  가족에 예치금 남긴 정황 등 포착<br/>“오리불고기로 단체 식사 한 후<br/>  회장이 타 놓은 커피 마셔” 진술<br/>  경찰 “타 용의자도 염두 수사진행”

 봉화 경로당 농약사건 피해자인 A씨(85·여)가 사건 발생 보름만인 30일 안동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복날 농약 사건으로 인한 첫 사망자다. 

 A씨는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지난 18일 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으나 며칠 전부터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그간 이번 사건의 유력용의자로 A씨를 선상에 올려 놓고 수사해 왔덤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해결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건 발생 뒤 전담팀을 구성, 그간 수사에 나섰던 경찰은 피해자 5명 중 4명의 할머니에게서는 2가지 살충제 성분이 공통으로 검출된 반면  A씨 몸에서는 4가지 살충제와 1가지 살균제 성분이 나오면서 A씨 집 수색을 포함 경위 추적과 친인척 등 주변을 집중 수사해 왔다.

A씨 아들(61)은 경찰조사에서 “어머니가 사건 당일에는 괜찮다더니, 지난 18일 오리고기 잘못 먹은 것 같다”고 한 뒤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사도 안 짓는데 집에서 농약 성분이 나왔다하니 기가 막힌다”며 가족들도 의아해 하고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A씨가 지난 18일 농약 중독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 자신의 통장에서 예치금 전액을 찾아 가족에게 전달한 것을 밝혀낸데 이어 경로당 회원들간 갈등이 있었다는 정황도 확인했다. 일부 경로당 회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회장 B씨 등 피해자 4명은 파크골프클럽 회원이면서 봉화읍 경로당의 회장단이다.  이들은 수개월 전부터 회원들의 경로당 주방 출입을 통제시켰다고 한다. 공용으로 골고루 먹어야 할 음식이나 음료 등을 회원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임의로 먹거나 가져가는 바람에 이뤄진 조치였다는 것. 그러나 일부 회원들은 “회장단들만 경로당 주방에 마음대로 드나들며 음식을 먹는다”며 “이런 불평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봉화 경로당 농약사건은 초복이었던 지난 15일 발생했다. 경로당 회장 B씨 등 4명은 봉화읍 그라운드파크골프장에서 1시간쯤 운동을 한 후 경로당 단체 점심 식사 자리에 참석했다. 운동으로 다른 회원들보다 다소 늦게 모 식당에 왔던 이들은 같은 식탁에 앉아 오리불고기를 먹었다. 이후 함께 경로당에 잠깐 들렀다가 헤어졌다. B씨 등 4명은 경로당에서 냉커피를 주방 냉장고에서 꺼내 종이컵에 나눠 마셨다고 한다. 냉커피는 회장이 플라스틱 통에 커피 믹스 여러 개를 섞어 미리 타둔 것이었다. 경로당 모 회원은 “회장이 회원들을 위해 통에 식혜나 커피를 타 냉장고에 자주 넣어두었다”면서 “사고 당일 경로당엔 회원도 여러 명 있었지만 4명(피해자)만 주방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고 말했다. 커피를 나눠마신 이들은 경로당에서 나와 각자 복지회관에 가거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경로당에 있었던 A씨는 이날 냉커피를 마시지는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이날 같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저녁 늦게까지 경로당에서 다른 할머니들과 화투를 치다 집으로 돌아갔다.

 커피를 마신 A씨 등 3명은 당일 복통과 호흡 곤란에 심정지 등의 증상을 보이며 잇따라 쓰러졌다. 이어 다음 날 오전엔, 함께 커피를 마셨던 또 다른 회원이 집에서 정신을 잃어 병원에 실려갔다. 이들 4명의 위 세척액에선 공통적으로 살충제 2가지 성분이 검출됐다.

사고 발생 사흘 뒤인 지난 18일 오후 A씨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이날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했가가 병원으로 갔다. 경로당 한 회원은 “A씨가 읍내병원에서 ‘그날 오리고기 먹은 게 속이 안 좋다. 나도 비슷하니까 안동병원에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병원이 실시한 A씨의 위 세척액에서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 나타났다.  앞선 피해자 4명과 같은 살충제 성분 외에도 살균제 등 다른 성분이 검출됐던 것. 경찰은 이 부분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A씨가 뒤늦게 농약을 마셨거나, 증상이 늦게 발현됐거나, 또 다른 경로로 음독하게 됐는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집중 수사해 왔다. 그러나  A씨가 숨지면서 이 사건 해결은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설령, A씨의 범행으로 증명되더라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될 수 밖에 없다.

한편, 할머니 4명 중 3명은 퇴원해 집에서 회복 중인 상태다. 현재 병원에 남은 할머니 B(69·여)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할머니들 중 건강 예후가 괜찮은 이들에게 일부 조사를 진행했으며 건강 상태를 봐가며 수사 속도를 조절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외에도 용의자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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