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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의미

등록일 2024-07-02 19:13 게재일 2024-07-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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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정열과 사랑의 계절 여름이 시작됐다. 어느새 반년이 후딱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과 함께 본격적인 여름날이 열리고 있다. 벌써부터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오고, 장마전선의 간헐적인 영향으로 몇 차례 비를 뿌리면서 여름 특유의 고온다습한 기후로 이어지는 듯하다.

여름날의 폭염과 폭우, 태풍 등의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해지지만, 그렇다고 여름날을 건너뛸 수도, 피해갈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그저 철저한 대비와 대응으로 무난하고 무탈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여름날의 시련을 겪지 않고서는 과실이나 작물 등의 튼실함이나 풍작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세찬 비바람에도 끄덕없이 휘몰아치는 태풍을 견디고, 작렬하는 태양이나 타는 듯한 가뭄에도 온전히 내면을 채우며 오지게 익어야만 가을날의 풍성하고 알찬 열매를 거둬들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고, 대추 한 알에도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가 들어있다고 노래한지도 모른다.

여름은 강렬한 햇볕만큼이나 뜨겁고 활기찬 젊음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꽃들이 피어나고 잎새가 돋아나는 봄날이 화사하고 풋풋한 청춘의 시기라면, 풋과일을 익게 하고 때로는 시원한 녹음을 드리우며 왕성하게 알곡을 살찌워가는 여름날은 청장년의 때가 아닐까 싶다. 열정으로 도전하고 용기와 노력으로 꿈을 향한 줄기찬 도움닫기를 멈추지 않는다. 짙푸른 파도마냥 벅차게 용솟음치는 의지로 세상을 활보하는 꿋꿋하고 당당한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름날은 유난히 낭만과 추억이 많은 때이기도 하다. 시원한 계곡이나 바다를 찾아 더위를 피한다거나, 이열치열로 산행 또는 자전거를 즐겨 타는 등 바깥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그만큼 사연도 많고 추억도 줄곧 어리게 될 것이다. 해변에서 부는 갯내 바람과 쉼없는 파도소리가 가슴 속까지 철석이며 시원함을 더하고, 계곡에서 반기는 새소리며 물소리는 한결 맑고 정겹기만 할 것이다.

‘어쩌면 나이를 먹는 것은/즐거운 일인지도 모른다/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추억은 늘어나는 법이니까//그리고 언젠가 그 추억의 주인이/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도/추억이 공기 속을 떠돌고, 비에 녹고/흙에 스며들어 계속 살아남는다면….//여러 곳을 떠돌며/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속에/잠시 숨어들지도 모른다//처음으로 간 곳인데/와본 적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바로 그런 추억의 장난이 아닐까?’ - 유모토 카즈미 ‘여름이 준 선물’ 중에서

경주·영덕·울진 등 동해안 일대의 해수욕장이 개장을 앞둔 가운데 포항시지역의 7개 해수욕장이 이번 주말부터 일제히 개장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출로 해수 방사능 오염 우려나 동해안 해수온 상승으로 인한 상어떼 출몰 등의 긴장 속에서도 많은 피서객들이 바다를 찾을 것이다.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해변축제나 볼거리, 먹거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즐기면서 여름날의 선물 같은 낭만과 추억을 넉넉하게 누리는, 그래서 추억으로 더욱 행복한 여름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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