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대패 책임… 상보다는 벌을”<br/> 원내대표 경선 9일로 연기까지<br/> TK 출신 추경호 등판 여부 관심
나경원 당선인은 1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의원이 그동안 주요 직책을 많이 맡다보니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며 “이 의원 단독 출마, 단독 당선 이런 모습은 당에 건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내대표 후보에 많은 분이 나와서 건강하게 경쟁하고 비전도 얘기해야 한다”며 “당의 모습이 더 활기가 있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이 의원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이라 상보다는 벌을 받아야 한다”며 “이분이 악역을 자처하겠다고 하는데 진짜 악역은 총선 참패에 책임지고 백의종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지금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다들 고심하고 계시는 것 아닌가 싶다”며 “수도권 당선자 중 다선 의원이 역할을 맡으면 좋겠다”며 강원 출신인 이 의원을 겨냥했다.
고동진 당선인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원내대표 추대론과 대세론에 대해 갑론을박 중”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책임지는 정치와 함께 민심을 읽는 능력으로 신뢰받는 보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친윤 핵심으로 당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장을 지낸 이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배현진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을 겨냥해 “불출마 선언하실 것을 촉구한다”면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출마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친윤계의 분화 조짐도 엿보인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총선 참패 이후 단결해도 모자를 판인데, 이철규 원내대표설을 놓고 친윤계가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윤계를 이끌 리더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각종 사안에 따라 친윤계 분화는 가속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3일 예정됐던 원내대표 경선을 9일로 연기하면서 차기 원내대표를 물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다만 인물난은 여전하다. 22대 출범과 함께 거대 야당을 상대로 원구성 협상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 특히 여야 간 쟁점이 뚜렷한 사안을 두고 대통령실과 조율하는 동시에 야당을 설득하는 게 어렵다. 이 과정에서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원내대표에게 그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외에 이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은 탓도 있다. 다만 이 의원이 당내 분란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원내대표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권에선 이 의원이 출마하지 않을 시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경호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러 의원들이 김 의원과 추 의원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영남권 한 의원도 “추 의원이라면 대통령실도 밀어줄 것”이라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