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니 새로 시작하는 것이 많다. 동네 도서관에서도 독서동아리를 새로 신청받는다고 한다. 그동안 H 생협에서 꾸준히 독서 모임을 하다가 작년에는 동네 도서관에 ‘감정과 뇌과학’이라는 주제로 독서동아리를 신청하여 운영했다. 올해도 ‘감각과 장과 뇌’라는 주제로 동아리를 만들어 인간의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장이 뇌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공부할 예정이다. 작년처럼 전문가 초청까지 계획하고 있다. 동아리 초청이라 강사비가 너무 적었지만 모두 기꺼이 달려와 주셨는데, 올해 초청한 분도 흔쾌히 수락하셨다. 며칠 전 사서에게서 들으니, 올해 동아리 신청이 작년보다 두 개 더 많아질 것 같다고 한다. 이웃 어느 도서관은 동아리가 너무 많아 공간이 부족하여 기준을 정해 선별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소식에 독서동아리 증가가 당연히 전국적인 현상일 것이라 생각하고 실증 자료를 찾기 위해 통계를 찾아보니, 아쉽게도 우리 지역의 특수한 상황일 뿐, 전국적인 추세는 아닌 것 같다. 인구 많은 서울시가 독서동아리 숫자는 가장 많지만, 최근 3년간 독서동아리와 참여 인원은 오히려 감소 추세이고, 전국 독서동아리 상황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2013년에 나온 독서동아리 실태 조사에서 언급된 문학 편중 현상이 최근 조사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다.
2020년 이은주, 정하영, 윤유라의 연구 ‘독서동아리 운영 현황과 과제’와 2023년 심효정의 ‘공공도서관 독서프로그램 운영 현황 및 정책 제안’을 보면, 독서동아리에서 읽는 도서가 문학 등 4개 분야로 한정되어 있고 다른 분야는 미미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많은 예산을 쓰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독서 대전’이 지속적인 독서 문화를 만드는 데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눈여겨볼 만했다. 연구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공공도서관의 독서프로그램에 1회성 행사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황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이 도서관 탓은 아니다. 실제로 유명 작가나 와야 겨우 도서관에 발걸음하는 주민이 많고, 소설 같은 문학 분야가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책을 읽는 것도 우리 사회의 베스트셀러 중심의 독서 편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만이라도 독서동아리가 증가하고 있고, 독서동아리 내용도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은 고무적인 일이다. 어느 도서관에서는 인지력이 떨어진 고령층을 위해 책놀이 활동 동아리가 올해 출범했다고 하고, 책을 수선하는 책구조대라는 동아리도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 EBS에서 ‘당신의 문해력’이나 ‘책맹인류’를 통해 진단했다시피, 독서 재난 시대를 헤쳐갈 방법은 행사나 이벤트가 아니라 독서동아리뿐이다. 새해 공공도서관 정책을 입안하는 관계자들은 다양한 독서동아리가 내실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 도서관이 주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해 주면 좋겠다. 이와 함께 독서동아리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도 하루빨리 정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