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 포항 소나무 재선충병 갈수록 확산 <br/><3> 방제·산림복구 맞춤형 대책은
“민족수 소나무가 궤멸 위기에 놓였다”
사계절 내내 푸르던 소나무가 하나둘씩 말라죽더니, 급기야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사하고 있다.
산림 당국이 양분이동을 막아 소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치명적인 감병병인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6개월이 넘었지만, 그 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올해 1천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방제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경북지역의 피해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의 피해목(162만9천그루) 가운데 36%를 차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실제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영양군과 울릉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피해지역이었다.
경북은 지금, 소나무재선충병 창궐로 소나무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포항, 미처리 감염목 16만여그루
경북도 최다… 대책 ‘발등에 불’
산림조합, 폐목재 ‘펠렛’으로 활용
신재생에너지 연료 재활용 ‘눈길’
전문가 “소나무 고집할 것 아니라
동해안권역에 맞는 수종 파악해
100년 뒤 미래 준비하고 가꿔야”
市·道, 천연기념물 ‘모감주나무’
집중 육성… 지역 명소 조성 계획
◇경북지역 피해 현황
본지가 경북도로부터 받은 ‘경북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90만6천483그루의 피해 고사목이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포항이 23만5천794그루로 피해가 가장 컸고, 안동 22만2천822그루, 경주 14만3천760그루, 구미 9만1천5그루 등이었다.
연도별로 경북은 2019년 13만그루, 2020년 11만그루, 2021년 11만그루, 2022년 47만그루가 재선충병에 의해 고사했지만, 올해 피해는 그 이상인 역대급이었다.
확산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고사목이 늘면서 재선충병을 옮기는 매개충 서식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 “향후 점차 북상, 지금까지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선충병이 무서운 이유는 ‘치료제가 없고,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는 것이다. 병에 걸린 나무는 벌목해서 파쇄 하는 방법밖에 없다.
◇감염목 처리 시급… 산림청 ‘발등에 불’
경북에는 현재 처리되지 못한 감염목 32만2천682그루가 산림에 남아있다.
이중 포항에 16만5천61그루로 가장 많았고, 안동 5만2천671그루, 경주 1만1천722그루, 성주 8천943그루 등의 순이었다.
소나무재선충이 발생할 경우 감염 억제를 위해 나무를 절단하고, 살충제를 뿌린 후 비닐을 덮어 밀폐하는 ‘훈증’ 처리를 거친다.
감염목 더미의 보호막이 벗겨지면 바람이나 야생동물에 의해 다른 곳으로 전염 될 수 있고, 산림 곳곳에 방치된 훈증 더미는 건조한 겨울철 산불 발생시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때문에 신속한 ‘방제’가 중요하다.
산림청은“재선충병 진단시간을 3일에서 30분으로 단축할 수 있는 유전자 진단키트를 보급 중”이라면서 “일반 방제구역에 대한 책임평가제도를 도입해 우수사업자에게는 혜택을, 부실한 사업자에게는 패널티를 주는 방법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염목 재활용?
일부 지자체는 산림에서 버려지는 재선충목 등을 이용해 신새쟁에너지의 연료로 재활용 중이다.
포항의 경우 포항시산림조합에서 훈증처리 한 감염목을 펠렛(Pallet)으로 활용하는, 폐목재 활용 새 모델을 제시했다.
포항시산림조합에 따르면 약제 처리한 감염목 2개를 잘게 파쇄하면 팰럿 1t 가량이 생산되는데, 연간 7천t을 만들고 있다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펠렛은 20㎏당 8천800원으로 판매 중인데, 톱밥과 난방원료 등으로 활용된다.
포항시산림조합 관계자는 “고유가 시대에 유가보다 싼 연료가 바로 팰렛”이라면서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고 자원의 재활용을 통해 만들어진 친환경에너지”라고 설명했다.
◇해법은 ‘대체수종’ 개발?
소나무재선충병은 1905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발병했다.
우리보다 먼저 재선충을 겪은 일본은 재선충병 전면 방제를 포기하고 반드시 보호해야할 곳만 선별적으로 선택해 소나무림을 보존하고 있다.
일본은 해송군락지와 고궁 주변, 문화재 인근 소나무, 국립공원 일대 중심의 방재작업을 벌여 오고 있다.
일본 역시 뚜렷한 해법이 없어 방제에 백기를 든 상태다. 유럽 등지도 확실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그냥 당할 수는 없는 법.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한반도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나무를 심고 가꿔 100년 뒤를 준비해야 한다.
오승환 경북대 산림과학조경학부 임학전공 교수는 “소나무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목을 베고 다른 조림을 수종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포항시, 경북산림연구원 등이 힘을 합쳐 여러 수종을 심어보고 동해안권역에 잘자라는 나무가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멀리 내다보고 나무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해법으로 당국은 ‘대체수종 개발’이란 비장의 카드를 준비 하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지역 향토 수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모감주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어 지역 명소로 만들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
‘염주’를 만드는 데 사용돼 염주나무로 불리는 모감주나무는, 포항 남구 동해면 발산리 일원에 전국 최대 규모로 자생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돼 있다.
시는 남구 동해면과 호미곶면 재선충병 집단 발생지 200㏊에 모감주 10만그루을 심기로 했다.
또 동해면 도구리 군 부대 피해 심각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목 모두베기 사업을 추진한 후 30㏊ 지역에 모감주나무 3만5천그루를 조림할 계획이다.
시는 2024년도부터 남구 장기면, 구룡포읍 재선충병 집단발생지 130㏊에 고사목 제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호미반도 해파랑길과 국도 31호선을 중심으로 모감주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을 계획”이라면서 “재선충병 피해 원인을 파악하고 맞춤형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