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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소나무 20만그루 고사… 모두 민둥산될 판”

구경모기자
등록일 2023-11-06 19:46 게재일 2023-11-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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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 포항 소나무 재선충병 갈수록 확산<br/>&lt;1&gt; 구룡포~호미곶 해안선 따라 큰 피해
소나무 재선충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동배리 일원의 모습. 대부분의 소나무가 재선충 피해로 검붉게 고사한 상태이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경북의 대다수 지역 야산들이 재선충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포항의 소나무 재선충병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내륙은 물론 호미곶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진 남구 호미곶, 동해면 일대 해안 야산들도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으로 소나무들이 궤멸 수준이다.

본지는 ‘재선충과 끝없는 사투<지난 6월28일자 4면>’보도 등으로 지역 소나무재선충의 심각한 피해 상황을 집중 보도해 많은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나무 재선충병은 당국의 방제 노력에도 불구, 그 피해지역은 계속 확산되고 있고 제거목이 늘어나면서 이제 산사태 등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포항의 새로운 소나무 재선충 피해 지역의 심각한 실상과 더불어 그로 인한 산사태 등 피해예방을 위한 대체수종 식목 등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경북도 올 재선충병 방제 예산

작년 2배 늘려도 저지 역부족

영남 넘어 백두대간까지 위협

붉은색으로 변한 동네 뒷산들

확산 막으려 멀쩡한 나무 벌목

장마철 산사태 등 후폭풍 우려

◇ 포항 남부해안 소나무 군락지 ‘집단고사’

“지난해 재선충이 심했다고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멀쩡한 소나무가 없다. 마을 산들이 모두 민둥산으로 변해 버릴 것 같다”

지난 5일 포항 호미곶면 대동배 1리에서 이장 이광수(61)씨는 동네 뒷산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그 뒷산에는 이미 말라죽어 단풍이 든 것처럼 붉은색으로 변한 소나무 천지였다.

마을 안에 군데군데 심어진 소나무 역시 붉게 변해 있었고, 200년간 대동1리 마을의 상징으로 애너미즘 신앙의 대상인 갯바위(노적암)에 뿌리 내린 소나무도 재선충으로 말라죽어 있었다.

이곳뿐 아니라 포항 남부 호미곶에서 구룡포읍 까지의 모든 마을과 산, 도로 주변 등도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붉은 소나무들이 가득차 있었다.

기자가 현장 취재를 위해 호미곶면 고금산으로 올라가자 대부분의 소나무들이 재선충 감염 표시인 병해충 밴드를 두르고 있었다. 상당수의 소나무들이 썩어 부서지거나 쓰러져 있었다.

또 소나무를 손으로 잡아당기자 쉽게 바스라졌고, 쓰러진 나무의 뿌리는 발로 밟자 힘 없이 부서졌다.

인접한 동해면 마산리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야산들도 소나무 거의 대부분이 고사했고 마산리의 수호신으로 불리며 매년 제를 지내던 당산나무 역시 붉은색으로 변해 말라가고 있었다.

동해면 청룡회관 주변 해안도로 일대 야산도 상황은 비슷해 말라죽은 소나무들 사이로 재선충 감염을 막기 위해 벌목한 소나무들이 눈에 가득 들어 왔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크기가 약 1㎜인 실 모양의 벌레인 재선충이, 소나무 조직의 수분 통로를 막아 말라 죽게 하는 병이다. 재선충 벌레는 매개 솔수염하늘소에 달라붙어 다른 나무로 이동한다. 감염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한 그루만 감염돼도 반경 20m 내 소나무는 모두 벌목할 정도다.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도 없고, 재선충 확산에 대한 정확한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포항은 올해 전국에서 재선충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구룡포부터 호미곶까지 남부 해안선을 따라 산림 2만1천㏊에서 소나무 20만여 그루가 고사했다. 포항시는 송이 생산지인 북구 기계면 일대에도 재선충이 번질 기미가 보이자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동해면 일대의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은 소나무들까지 모두 벌목하고 있다.

◇ 산림청 지자체들은 재선충과의 전쟁 선포

지난 2014년 전국적으로 218만 그루를 고사 시키는 역대급 피해를 기록한 후 숙졌던 소나무 재선충이, 올해 다시 대대적으로 확산되자 지자체와 산림당국은 재선충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대상목은 219만774본이었다.

이중 경북이 90만6천483본 41%로 가장 많았고, 경남 60만9천862본, 울산 9만1천649본, 대구 8만8천414본, 경기 8만8천395본 등 순이다.

재선충 피해가 경북에 집중돼자 도는 올해 방제 예산으로 지난해 282억830만 원 보다 2배 이상 증액한 649억원을 투입했으나 재선충병 방제에는 역부족이었다.

뿐만아니라 재선충 피해는 영남지역을 넘어 백두대간까지 위협하고 있다.

경북도는 “현재 소나무 재선충병은 백두대간과 불과 7㎞ 정도 떨어진 봉화군 일대에서 산발적으로 확인됐다”며 우려하고 있다.

봉화군으로 재선충이 확산될 경우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과 강원 삼척, 태백시까지 번져 국가적으로 막대한 산림 자원이 손실되게 된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이어주는 백두대간으로 재선충이 퍼진다는 것은 현재 포항 남부해안가 중심 ‘소나무 궤멸’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 됨을 의미한다.

이에 경북도는 영주·봉화 라인을 재선충 방어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확산 방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 꾸준히 늘어나는 재선충 피해에도 방제예산 삭감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계당국이 재선충 예방에 실패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감염됐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나무를 미리 살피는 예찰활동이 미비했던 점이 올해 재선충병 피해를 확산시킨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재선충 피해지역은 증가하는데 방제 예산은 오히려 줄어 들어, 예찰현장에 인력을 제대로 투입하지 못했다는 것.

실제 지난 2017년 재선충병 방제예산은 814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559억원으로 급감, 5년 만에 30% 이상 삭감됐다.

이재혁 대구경북 녹색연합 대표는 “소나무 집단 괴멸은 환경 문제, 산림자원, 송이농사 등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데 수년 전부터 방제예산이 삭감돼 왔다”면서 “지난해부터 재선충 피해가 늘어날 조심을 보였지만 중앙정부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 예견된 참사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산림청 관계자는 “수년에 걸쳐 방제 예산이 계속 삭감 되다 보니 예방 활동이 미흡했던 건 사실”이라며 “내년도에도 예산 삭감이 예상 되지만, 현재 피해가 급증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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