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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과 끝없는 사투… 조림사업 수종 전환 ‘절실’

구경모기자
등록일 2023-06-28 19:39 게재일 2023-06-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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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피해 급증… 포항·경주 등 예년보다 빠른 발병 역대 최악 우려<br/>재선충에 자유로운 상록활엽수로 교체 목소리… 산불 걱정도 덜어
본지에서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일원의 심각한 재선충병 확산을 지적한 지(22년 8월 22일 1면) 1년여가 지났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28일 오전 호미곶면 대보리에서 대동배리 방향으로 촬영한 모습. 앞쪽의 대보리에서 구만리, 대동배 2리까지의 야산이 마치 겨울 산처럼 잿빛으로 변해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올해 포항 호미곳면 등 경북지역 소나무 군락지 재선충 피해가 역대 최악이었던 2015년 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소나무재선충은 매번 인근 지역으로 확산돼 매년 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 ‘국가차원에서 조림사업 중심 수종을 소나무 대신 상록활렵수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8일 오전 포항시 호미곳면 대보리 대보저수지와 구만리, 대동배 2리 일대.

야산과 낮은 구릉 곳곳에 빽빽히 들어선 소나무들이 마치 단풍이 물든 것 처럼 울긋불긋하게 변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상당수의 소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는 재선충이 나무에 침입해 감염시키면서 이 일대 고사목이 상당수에 달했다.

소나무재선충은 보통 가을인 9∼10월에 많이 번지지만 올해는 6월인데도 이미 피해가 심각해 숲 자체가 생기를 잃은 상태였다.

인접 동해면 청룡회관 주변 해안도로 일대 야산도 상황은 비슷해 말라죽은 소나무로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직선거리로 30여 km 떨이진 기계면과 경주 등지에도 최근 재선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올해 예년보다 빠른 재선충 발생 이유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문에 소나무 수세가 약화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재선충 피해가 매년 반복되고 있을뿐 아니라 해가 지날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은 지난 2019년 재선충 극심지역으로 분류된 후 적극적인 방제로 박멸에 성공한듯 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소나무 5만여 그루를 제거한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예산 90억여원으로 8만여 그루에 대한 방제 작업을 벌였다. ·

1년반 동안 포항에서만 무려 2천800㏊ 지역에서 모두 13만여 그루가 제거됐다.

경북도의 상황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재선충 피해목 58만 그루가 제거됐다.

이 수치는 전년도 28만 그루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매년 재선충 피해와 관련 예산이 급증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지난해 재선충 예산 180억원 확보에 이어 추가로 100억원을 증액했으나, 그 예산도 부족해 다시 산림청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계 각층에서 ‘국내 조림사업이 소나무 대신 동백나무 등 상록활엽수종 위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영남대 생명과학과 박선주 교수는 “소나무는 성장이 빠른 장점 보다 산불과 태풍으로 쓰러진 후 재선충 숙주인 솔수염하늘소 등의 산란지가 되는 단점의 피해가 훨씬 크다“면서 “조림사업의 중심 수종을 바꾸지 않을 경우 재선충 피해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항시측은 “동백나무 등 상록활엽수종은 재선충에서 자유로운데다 많은 수분을 함유해 산불 피해도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산림지역을 나눠 단계적으로 소나무를 제거하고 상록활엽수종을 식재하는 조림사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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