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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소나무 숲 다 사라질 판

전준혁·피현진기자
등록일 2022-08-21 19:56 게재일 2022-08-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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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졌던 소나무재선충 급확산 포항·경주 등 동해안 피해 극심<br/>올해 도내 피해 11만3천여 본 달해 울진선 원인 모를 고사도 <br/>시·군 근시안적 대응 ‘화’ 키워… 전문성·예산확보 대책 시급
포항시 호미반도가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신음하고 있어 관계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1일 오후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야산에 있는 상당수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말라죽어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경북지역에 자생하는 소나무에서 재선충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감염 확산속도가 빨라 이러다가 소나무 지대가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로 추정되는 고사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어 소나무재선충 방제 및 산림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올해 경북도 내 재선충 피해를 입은 소나무류는 총 11만3천여 본으로 이를 면적으로 환산하면 1천136ha에 달한다. 피해가 심한 곳은 포항, 경주, 영덕 등 주로 동해안 지역이다.

포항의 경우 호미곶면 일원이 가장 심각하며 송이 생산지인 기계면 일대 등에도 재선충이 확산일로다. 포항은 한때 재선충 극심지역으로 분류됐으나 적극적인 방제로 소나무재선충 박멸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올들어 다시 빠른 속도로 감염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 일출관광지가 있는 호미곶 일대의 산은 재선충에 감염돼 고사직전의 소나무가 벌겋게 산을 물들이고 있다. 호미곶에서 동해면 바닷길도 심각하다. 이 일대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말라죽은 소나무가 널부러져 있다.

호미곶 주민들은 “이곳에서는 수년 전부터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발생해 하루가 다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방제를 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주도 감포부터 불국사 일원, 보문단지내까지 재선충이 번져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감염된 소나무는 이미 3~5년 전부터 피해가 시작된 것으로 보면 된다”며 “그동안 제대로 된 대책을 하지 않다 보니 지금 수면위로 피해 현상이 확 올라왔다”고 진단했다.

수년 전 재선충이 극성을 부릴 때 방제에 나서 어느 정도 큰 불을 잡자 이후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경북 동해안 지역 산주들은 “산림청에서 전수 조사를 실시해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방제한계 수준을 넘어갈 것”이라며 “현재 감염속도로 보면 조금만 더 지나면 지역에서 소나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국가차원에서 당장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 시군의 근시안적 대응체계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 전문가들이 드론 또는 항공촬영 등을 통해 재선충 피해지역을 진단한 후 체계적 방제를 진행해야하나 최근에는 주로 각 시·군 담당자들의 손에 의존하고 있어 제대로 된 방제 계획 수립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선충 피해 지역은 증가하는 반면 방제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것도 문제다. 예산 범위에서 방제를 진행하고 있는 일선 시군은 방제 바로 근접지역에 소나무재선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바라보기만 할 뿐 어쩔 도리가 없는 상태다.

경북도는 올해 소나무재선충 관련 방제 예산으로 180억 원을 확보했으나 피해지역이 확산되자 추경에서 100억 원을 더 확보해 280여억 원을 책정해 각 시·군에 배부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산림청 등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산림청 예산이 줄어 소나무재선충 예산도 같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올해는 도 자체예산 등으로 소나무재선충 예산을 더 확보했지만 늘어나는 피해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북 울진 등에서 고사하고 있는 소나무의 문제는 더 복잡하다. 현재 경북 울진을 비롯해 강원도 일부지역에서는 기후변화(추정)로 인해 소나무 등이 말라 죽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당초 경북도는 이 지역에 잎이 누렇게 변해 죽어가는 소나무류가 상당해 소나무재선충으로 인한 피해를 의심했지만 이 지역에서는 올해 단 한 건의 소나무재선충도 발견하지 못했다. 따라서 울진의 소나무 고사건은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있다. 이에 방제 등 대책도 전무, 산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추정만 할 뿐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 고산지대에서부터 소나무가 말라 죽는 것으로 볼 때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광합성 등 나무의 호흡량은 증가하는데 산 정상부에서는 물이 부족하고 가뭄까지 겹쳐 말라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한편, 산림전문가들은 경북도내 재선충 피해목이 11만여본이라는 경북도의 주장을 수용키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 나가보면 경북도 피해목 추산보다 적어도 10배 이상의 피해가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준혁·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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