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1000만t이나 품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벤토나이트가 인공장기 원료로 쓰일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 생산 기반이 없어 저가 중국산에 잠식당한 상황에서 ‘떡돌’로 불려 온 포항의 벤토나이트가 이번에는 제대로 활용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016년 3월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문을 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이하 센터)는 올해 3월부터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의과대학 중 하나인 미국 하버드 메디컬 스쿨과 벤토나이트를 활용한 인공세포 배양 기술 활성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의료공학 분야에서 인공장기를 만들 때 세포 간 전기신호를 일으키는 ‘카본나노튜브’ 역할을 벤토나이트 등 점토광물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와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그것이 세포 전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다.
지난 10년간 구룡포와 호미곶 일대에 전국 최대 규모로 매장된 벤토나이트 1000만t의 활용 연구를 진행해온 센터는 벤토나이트를 화장품 개발 원료로 사용하는 데만 국한하지 않고 스마트 비료와 개량신약, 인공장기 등 바이오 산업과 연계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서성만 지질자원융합실증연구실장(책임연구원)은 “연구가 성공하면 벤토나이트가 조직 재생 소재로 사용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전 세계에 포항산 벤토나이트를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에 벤토나이트가 매장돼 있다는 것은 2014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진행한 ‘광물자원 매장량 조사’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벤토나이트를 지역 산업과 연계해 거둔 성과는 미미하다.
2019년 기준 벤토나이트의 최대 수입국 1, 2위는 중국(7만4495t)과 인도(6만7067t)로, 전체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산 벤토나이트는 저가 물량 공세로 국내 주물과 토목, 정제, 종이 등 대부분의 산업 시장을 이미 잠식했다. 산업 수요 변화로 2014년 이후부터 국내 벤토나이트 수요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벤토나이트는 ‘반려동물 분변 처리 용품’과 ‘미용 팩 파우더’ 등에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포항산 벤토나이트가 국내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품질ㆍ소량 생산 방식으로 새로운 판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국내 광물 원자재 생산시장에서 벤토나이트의 가격은 t당 3만~7만 원 수준이지만, 의약품이나 화장품 원료로 쓰이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으로 부가가치가 뛰기 때문이다.
박종규 선임연구원은 “고순도 제품 개발과 생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 관심 부족으로 산업화 단계 직전“이라면서 “포항이 생산한 고품질의 벤토나이트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