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진
상처라는 말보다는
흠집이란 말이 더 아늑하다
마음에, 누가 허락도 없이
집 한 채 지어놓고 간 날은
종일 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홀로 아득해진다
몇 날 며칠
부수고 허물어낸 빈터에
몇 번이고 나는,
나를 고쳐 짓는다
‘흠집’에 대한 재의미화가 돋보이는 시. 시인에 의하면, 흠집도 ‘집’이어서 ‘아늑’한 집이다. 하지만 이 집은 “누가 허락도 없이” 지어놓은 집, 시인이 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홀로 아득해”지는 것을 보면.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지어놓은 상처-흠-의 집 아닐까 한다. ‘흠집’에서 계속 살 수는 없다. 시인은 이 집을 “몇 날 며칠/부수고 허물어낸 빈터”에 ‘몇 번이고’ “나를 고쳐” 지어 다시 세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