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루
누구의 마음이기에
부드럽고 포근한가
그러나 눈이 되기까지
티끌 하나 남김없이
스스로를 완전연소 시켜야 했다
그러므로 눈이 된다는 것은
사악한 것과 까칠한 것
죄라고 생긴 모든 것 헹궈야
비로소 순백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니
사랑이여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우리가 뜨거워져
사라져도 좋으리.
시인에 따르면, 눈은 “스스로를 완전연소 시켜야” 탄생한다. 지상의 물이 증발해 생긴 구름이 찬 공기와 만나 눈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발상이다. “죄라고 생긴 모든 것”이 묻어 있는 지상의 물이 연소되어야 증발은 이루어질 수 있다. 그 연소의 연료는 사랑이다. 사랑이란 자상의 우리가 눈처럼 “순백의 마음”으로 만나 “뜨거워져/사라”지는 것. 하여 사랑은 천상에서 눈으로 재탄생하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