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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8-23 18:08 게재일 2023-08-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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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누구의 마음이기에

부드럽고 포근한가


그러나 눈이 되기까지


티끌 하나 남김없이


스스로를 완전연소 시켜야 했다


그러므로 눈이 된다는 것은


사악한 것과 까칠한 것


죄라고 생긴 모든 것 헹궈야


비로소 순백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니


사랑이여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우리가 뜨거워져


사라져도 좋으리.

 


시인에 따르면, 눈은 “스스로를 완전연소 시켜야” 탄생한다. 지상의 물이 증발해 생긴 구름이 찬 공기와 만나 눈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발상이다. “죄라고 생긴 모든 것”이 묻어 있는 지상의 물이 연소되어야 증발은 이루어질 수 있다. 그 연소의 연료는 사랑이다. 사랑이란 자상의 우리가 눈처럼 “순백의 마음”으로 만나 “뜨거워져/사라”지는 것. 하여 사랑은 천상에서 눈으로 재탄생하리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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