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록
나무는 자신감을 갖지 않는다
열정으로 가지를 뻗는 것이 아니다
강은 야망을 품고 흐르지 않으며
바위는 인내가 무엇인지 모른다
희망 때문에 또 봄이 찾아오는 것이라 말할 수 없고
무슨 목적이 있어 비바람이 거세질 리 없다
(중략)
자연은 오직 자연스럽게 생성하고 소멸한다
어쩌다가 나고 살고 죽는 것이 싫어
인간이 몸부림친들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배웠다
인간은 메타포를 통해 자연을 생각하곤 한다. 가령 나뭇가지에서 열정을 읽는다든지 봄에서 희망을 읽어내기도 한다. 위의 시는 이러한 메타포의 사용이 “죽는 것이 싫어” 몸부림치는 인간의 의지로 본다. 하나 자연은 어떤 의지를 통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연스럽게 생성하고 소멸”하며, 인간도 “자연의 일부”여서 아무리 몸부림친다고 해도 ‘생성-소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위의 시의 전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