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새의 부리는
나무뿌리에서 생겨난다
겨우내 말을 아껴
날개를 품는다
구름의 흙이 일순 온순해지면
잔뿌리 같은 새들이
일제히
싹을 물고
가지 끝으로 날아간다
물오른 하늘에서
새 떼가 돋아난다
시인은 ‘부리’에서 ‘뿌리’를 연상한다. (나무)의 뿌리에서 (새의) 부리가 생겨난 것이라고. 그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하늘의 흙을 이룬 구름으로부터 솟아난 나무이다. 그래서 “잔뿌리 같은 새”의 비상이란 그 나무의 “가지 끝으로 날아간” 것, 어쩌면 새의 비상 자체가 한 그루 하늘의 나무를 형성한 것이라 하겠다. 새가 물고 있는 ‘싹’- ‘새싹’-은 ‘겨우내’ 아껴둔 말이니, 저 하늘 위 나무는 한 편의 시 아니겠는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