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인
쌓는 것은 무너뜨리는 것이다. 빌딩을
심는 대가로 초록의 피를 지불하고
불행은 점점 공고해진다 이 편한 세상이
편하다는 세상은 없다
편의를 위해 도처에 난립하는
규율들이 질서를 세운다. 그것은
인간 스스로 인간적이기를 거부하는 일
기원을 알 수 없는 비명을 살아내는
아이들 손에서 매캐하고 끈적한
기름이 만져진다 철근과 시멘트
뒤섞인 퀴퀴한 냄새도 간혹 난다 (부분)
초록의 숲 대신에 하늘 높이 쌓여 가는 저 회색의 빌딩 숲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행복인가? 하지만 도시가 번창할수록 “불행은 점점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 문명이 발전할수록 자연적인 삶은 사라지고 ‘규율들’만 난립하며 질서는 더욱 공고해진다. 하여 “인간 스스로 인간적이기를 거부하”기에 다다른 것, 아이들까지도 도시 문명이 초래한 매캐하고 끈적한 “비명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현 상황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