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울릉도 저동항 울릉수협 위판장은 온종일 있어도 오징어를 잡아오는 어선이 없지만, 오징어 어선들은 거의 매일 한 두척이 출항하고 있다.
울릉군수산업협동조합(조합장 김영복)에 따르면 “올해 4월 오징어 금어기 이후 위판된 물오징어는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징어 어선 1~3척은 매일 저동항을 출항하고 있다.
동해해경 울릉파출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2척 24일 3척 등 최근 일주일 동안 울릉도 오징어채낚기 어선이 14차례 출항하는 등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데 6월에만 37차례 출항했다.
이 같은 황당한 출항은 어민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60일 이상 출어하지 않으면 수산인이 될 수 없고 정부의 각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히 감척 사업에 아예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산업·어촌발전 기본법 시행령 제3조 수산인의 기준 1 법 제3조 1항 제2호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다는 수산인 자격 조항 중 1년 중 60일 이상 어업, 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상식적으로 1년에 60일 이상 조업하지 않는 자를 수산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게 정형적인 탁상행정이다는 것이 울릉도 어민들의 설명이다.
울릉도 어선 90% 이상이 채낚기 어업이다. 낚시로 오징어를 잡는 어업인데 실제로 이 어업방식이 어족의 씨를 말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가장 합리적인 어업방식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중국어선이 북한 수역에서 그물을 이용한 쌍끌이 조업을 하도록 방치, 대화퇴 등 북쪽에서 새끼를 낳고 울릉도 등으로 내려오는 회유성 오징어를 길목에서 잡도록 해 동해에 오징어 씨가 말랐다.
따라서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울릉도 어선들의 조업일수 60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부들은 언제 오징어가 잡힐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오징어만 바라보는 수산인이다.
중국어선은 물론 트롤선 공조조업 등 정부의 단속 부제, 정책 실패로 동해안에 오징어 씨가 말라 조업이 안돼 울릉도 어민들이 굶어 죽게 됐는데 조업 일수를 때문에 수산인 지위까지 잃는다는 것은 황당하다는 지적이다.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가뜩이나 어려운 울릉도 어민들이 수입도 없는데 유류대 등 경비를 지출하면서 출항을 하는 불합리한 일이 수산인을 위한 법 때문에 겪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어선 감척사업이다. 감척 조건에 조업일 수 60일을 적용, 이하는 대상이 안 된다. 울릉도는 어선 90%가 선주 겸 선장이 배를 운영하다 보니 사망하면 조업 일수가 아예없다.
올봄 암으로 사망한 A씨는 오랫동안 투병 조업을 할 수 없었다. 투병할 때나 사망한 이후에도 조업일수 때문 감척대상이 안 된다. 공무원인 아들이 팔겠고 울릉군청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수개월이 지나도 구매자가 없다.
어민은 점점 줄어들고 선박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 위탁 운영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남편을 여읜 어민 B씨는 조업 일수를 맞추고자 일당을 주고 선장을 구해 출어한다.
하지만 울릉도 근해 오징어가 없다. 특히 채낚기 어선은 다른 어업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조업이 아니라 출어일수를 맞추고자 경비를 지출하며 출항하는 것이다. 울릉도 어민을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젊고 혈기 왕성한 어부들도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조업일 수 맞출 수 없는데 병들고 나이 많은 어민에게 조업일 수를 맞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민 C씨(79)는 나이가 많아 기력이 달리지만, 감척을 위해 경비를 지출하며 출항하고 있다.
C씨는 수십 년 동안 어업에 종사했지만, 올해 감척을 하려고 조업일수를 맞추려 경비를 쓰며 출항한다. 수산법이 도대체 누굴 위해 있는지 모르겠다는 게 어민들의 하소연이다.
C씨는 “어려운 어민들이 비싼 기름을 소비하며 조업일 수를 맞추기 위해 출항, 경비를 쓰는 황당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어선에 한해 조업일 수를 줄이든지 공무원들의 현장 확인을 통해 어민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