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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는 이름으로… 봉순씨와 계순씨의 사랑법

민향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3-12 16:41 게재일 2023-03-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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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시각장애 최계순씨와 ‘30년 우정’ 경산 원조막창 이봉순씨 <br/>“부모 없는 아이 셋이나 키워 결혼시킨 제 친구의 삶 존경해요”
오랜 시간을 우정을 나눠온 이봉순씨와 최계순씨.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은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오늘은 30년을 넘어선 이봉순씨와 최계순씨의 우정이 꽃피는 경산시 자인면 동부길 원조막창(대표 이봉순)을 찾았다. 문밖까지 들리는 웃음소리와 삼겹살에 미나리를 굽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와요. 여기가 원조막창집입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봉순씨가 등장했다.

“손님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내 친구 계순이가 와서요. 날 자꾸 부르지 마세요. 모자란 것들은 자율적으로 가져다 드시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한쪽 테이블에 봉순씨 친구 계순(경산시 시각장애인협회장)씨가 보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 친구가 되고, 30년 넘는 세월을 함께 해온 친구를 위해 미나리와 삼겹살로 몸보신을 시켜주고자 마련된 자리였던 것이다.

최 회장은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봉순이는 여러 면에서 장점이 많은 친구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식당을 차렸지만 돈에 앞서 사람을 먼저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손님들의 건강을 위할 것인가를 생각하죠.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음식 공부를 합니다. 그렇게 탄생시킨 보양식 장어탕,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 등을 한번 먹어보세요. 그리고, 인터넷에 자인 원조막창을 검색해 봐요. 거짓말이 아니니까요.”

실제로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넉넉한 성격과 푸짐한 인심의 소유자인 봉순씨의 가게 칭잔이 적지 않게 보였다.

이에 봉순씨는 “그만해라. 부끄럽다. 삼겹살이 맛나게 구워졌네. 따뜻할 때 먹어. 대궁은 된장에 찍어 먹고, 이파리는 고기랑 구웠다. 어서 먹어라”고 화답했다.

1급 시각장애를 가진 탓에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친구를 살뜰히 챙기는 봉순씨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혈연과 지연, 학연 등이 없는데도 두 사람이 긴 시간 동안 우정을 이어 온 사연이 궁금했다.

이봉순 대표는 “힘들 때 도와준 친구를 어떻게 버립니까? 저도 친구도 가슴에 묻어놓은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어서 서로를 이해합니다. 저는 친구를 존경해요. 1급 장애인이면서 부모 없는 아이를 셋이나 당당히 키워 결혼시켰고요. 친구는 장애를 핑계로 누군가에게 기대서 살지 않아요. 그렇게 자립적인 모습와 행동이 언제나 멋져 보입니다. 늘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죠. 그러니 앞으로는 자신을 위한 삶도 살면 좋겠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기를 굽고 그 위에 향긋한 미나리를 얹어 자존심 강한 친구가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집기 좋게 놓아주는 봉순씨와 친구의 깊은 배려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맛있게 먹는 정겨운 계순씨. 둘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 까지 영원히 변치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려내는 아름다운 우정은 오늘날 각박한 사회 속으로 잔잔하고 따뜻한 사랑이 돼 전해질 듯했다.

/민향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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