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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전기차 느는데… 화재엔 무방비

김민지기자
등록일 2023-03-09 20:05 게재일 2023-03-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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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소 지하 설치 속속<br/>소방차 진입·소방설비도 허술<br/>화재 발생땐 대형 피해 이어져<br/>시, 상반기 간이수조 구비 계획<br/>1천℃ 고열 진화 대책마련 절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지역 내 지하주차장에도 충전시설이 증가하고 있지만 화재 진압 시설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오전 11시 포항의 한 공공기관. 이곳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시설 주변에는 전기차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도록 돕는 소방설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반차량과 달리 차체 하단에 다량의 이차전지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는 기계적·화학적·열적 충격이 가해지면 1천℃ 이상 온도가 치솟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해 진화가 어렵다.

지하주차장의 경우 소방장비의 진입이 어려워 대형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소방시설이 필수적이다.

이날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및 충전구역 화재 발생 건수는 연도별로 2017년 1건,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이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 중 주차장에서의 화재가 2번째로 가장 많았지만, 전문 진압 장비는커녕 소화기 등 기본적인 소방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고 있다.

포항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는 아직까지 없으나 매년 전기차와 충전소가 늘어나 포항도 전기화재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다.

지역 내 전기차 등록 수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 2천86대, 2021년 2천589대, 2022년 3천587대, 2023년 2월 3천710대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을 운행하기 위해 전기를 충전하는 충전소는 총 706곳이며, 최대 73대의 충전기기가 설치된 곳도 있다.

전기차 화재 예방과 효율적인 진압을 위해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전기차 충전소 내 소방시설과 관련한 별도의 규제가 없어 시민들이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북부소방서 관계자는 “전기차 특성상 표면에 난 불을 진화해도 금방 다시 불이 붙는다. 이 때문에 바닥 열을 식힐 수 있는 간이수조, 고무 튜브나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소화덮개 같은 전문 진압 장비가 요구되는데 개당 500∼900만원대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일반 주거시설에서는 비싼 전문 진압 장비를 갖추기 힘들다. 또, 일반인들이 장비를 사용해 화재를 진압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항은 올해 상반기 내로 간이수조가 구비될 예정이니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다면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불이 더 번지지 않도록 소화기,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중요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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