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편이 부쩍 피로해하고 매사에 의욕도 없고 모임에 나가도 금방 들어와요. 종합검진해도 아무 이상이 없대요. 왜 그럴까요?” 피로감과 우울감이 주증상인 환자의 진료 중에 남성도 갱년기가 있다고 하면 여성도 아닌 남성이 갱년기가 있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의 갱년기는 30대 후반부터 70대 이후까지 장기간에 걸쳐서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나타나므로 증상이 완만하게 나타나고, 개인차가 많은 편이라 증상의 호소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40대부터 뭔가 몸이 전과 같지 않다고 느끼는 대부분의 증상이 남성 갱년기와 관계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남성 갱년기는 뇌(시상하부)와 고환 기능이 저하되어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것이 주 원인이다. 남성호르몬 분비를 빠르게 저하시키는 요인들은 뭘까? 과도한 흡연 음주 비만 등의 잘못된 생활습관, 지속적인 스트레스, 고혈압 당뇨 호흡기질환 등의 만성질환, 일부의 위장약 이뇨제 무좀약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에 의해서 남성호르몬은 빠르게 감소한다. 이 중에서도 만성적인 음주는 남성 갱년기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골밀도와 근육량의 감소로 인해 여러 관절의 통증, 협착증이나 디스크 같은 척추질환,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파열 같은 인대 및 근육 질환이 잘 생긴다. 성적 호기심과 성욕이 줄어들고, 발기부전이나 조루 같은 성기능 이상이 생긴다. 전신 피로, 졸림, 의욕 저하, 두통, 우울증 같은 신경 관련 증상들이 나타난다. 콜레스테롤 대사에 영향이 생겨 심장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는 HDL(고밀도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감소하여 심장질환이 잘 생긴다.
대개는 각 증상에 따라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호전이 된다. 다만, 우울증의 경우는 좀 다르다.
남자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사회 통념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 갱년기 우울증은 자살이나 충동적인 행동 등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 쉬워 아주 위험하며, 의욕이 저하되어 건강관리를 잘 하지 않으므로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우울함이나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즐기는 게 좋다.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을 하면 뇌에서 긴장할 때 나오는 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 분비가 줄고, 세로토닌이 늘어나 갱년기로 인한 우울감이 완화된다.
양방에서는 최근들어 알약, 주사제, 경피제 등의 형태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쓰고 있다.
한방에는 남성호르몬과 밀접한 기관인 부신과 고환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약재가 많다. 녹용 인삼 구기자 토사자 등을 사용하여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다양한 처방을 사용하고 있다. 효과는 수천 년에 걸쳐 검증되어 있다.
갱년기를 거치면서 여성은 점점 남성화 되고, 남성은 점점 여성화 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시절 밖에서 많이 있었으니 중년부터 안에 많이 있다고 나쁠 것은 없다. 다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라야 한다. 몸과 마음 중 어디라도 문제가 생긴 것을 방치하면 안 된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그래야 바빴던 바깥양반에서 행복한 ‘안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