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도지사가 지난 9일 간부회의에서 의미 있는 책 한권을 소개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임진왜란의 상황을 자세히 묘사한 ‘징비록’이다.
이 도지사는 ‘징비록’의 의미를 부패와 무사안일로 일관했던 당시 조선의 관료와 중앙집권의 폐해를 예로 들며, “미리 방비를 하지 못해 전국이 불타버린 참혹했던 임진왜란의 경험을 토대로 지방이 무너지니 나라도 무너져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조선시대 중앙집권은 매우 심각해 대부분의 지방관료는 한양에서 파견돼 가족은 한양에 있고 관료 홀로 지방에 부임했다. 그러니 지방에 애정이 없고 한양으로 돌아갈 기회만 노렸으며 수탈 또한 심각했다”고 언급하고, “이런 분위기에서 임진왜란은 결정타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며, “나라 전체가 부강하지 못하니 무기력한 패배만 거듭했다. 왜군이 부산에서 수도 한양까지 진격하는데 보름이 걸리지 않았다. 임금과 관료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고 한양은 불탔다. 식량부족으로 곳곳에 굶어 죽는 백성들이 속출했다. 먹을 것이 없어 결국 가족의 인육마저 먹는 생지옥이 벌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지방분권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낙동강은 경북에 있는데 환경부 관할이다. 금오공대 역시 경북에 있는데 교육부 관할이다. 지방을 모르는 중앙에서 지역을 관리하니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다”며 “징비록을 교훈삼아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수도권 중심의 판을 바꿀 수 있는 과감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이 필요하다. 지방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에 실질적이고 포괄적 권한이 이양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우리 공직자들은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담담함과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나아갈 때 경북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도민이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