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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징크스를 깨다

등록일 2023-01-15 17:38 게재일 2023-01-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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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호 시장
김장호 시장

학창 시절 100m 달리기는 필자에게 썩 유쾌한 기억이 아니다. 또래에 비해 키는 큰 편이었지만 별로 날쌔지 않았고, 계주에서 넘어진 흑역사까지 더해 육상에 대해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있었다. 공직생활을 하며 마라톤 하프코스까지 뛰면서 육상과 친해지고자 노력했지만 징크스를 완전히 떨치진 못했다.

이번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도 그런 개인적인 징크스와 함께 중국 샤먼(XIAMEN.厦門)이라는 막강한 경쟁도시와 겨루어야 하는 긴장감으로 징크스에 빠지는 게 아닌가 불안했다. 도전을 앞두고 실패를 걱정할 수는 없었다. 가장 큰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기에.

중국 경제특구 중 하나인 중국 샤먼시는 인구 528만 명의 경제특구 도시답게 2023년 완공되는 신설 경기장, 국제공항, 30개가 넘는 호텔 등 풍부한 인프라를 가진 도시다. 우리는 아시아육상연맹 이사 한 명 없지만 중국은 투표권을 가진 이사회 18명 중 두 명의 위원(중국, 홍콩)도 있어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이었다.

이에 필자는 구미가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성장·발전한 도시라는 점과 아시아 각국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위해 경상북도와 구미시 차원에서 새마을세계화 운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점, 아시아 각국에 지역의 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해 있는 점, K-POP 등 한국이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점 등을 강조했다. 또한, 집약된 경기시설과 뛰어난 접근성, 코로나 팬데믹 상황 시 우수한 대응 능력을 부각시키며, 안전과 신뢰를 대회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이러한 구미의 적극 구애가 이사들의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20년 만에 국내에서 세 번째로 제26회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를 유치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구미도 최근 징크스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1969년, 박정희 대통령께서 구미 1공단을 조성한 이래 구미는 지난 50년 동안은 끝없이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구미에 터전을 잡은 삼성, 엘지, 코오롱과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구미는 대한민국의 수출을 견인하며 낙동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도시가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수도권이 비수도권의 사람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구미발전이 정체돼 왔다. 많은 이들이 구미가 계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지, 성장 동력을 지속 마련하고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혹자는 ‘이제 구미는 어렵다’라는 심한 말까지 하기도 한다. 구미의 징크스다.

필자는 이번 대회의 성공 개최를 통해 구미의 징크스를 날리고 싶다. 이제 구미는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를 통해 다시 미래 50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시민의 역량을 모아 구미 브랜드를 아시아 전역에 알릴 것이다. 그럴 가능성도 높다. 마침 구미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으로 공항 경제권 중추도시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고, KTX 이음 열차로 구미에서 수서까지 2시간대 이동도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예산 확보액도 경북 도내 증가율 단연 1위다.

지난주 구미는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를 위한 포럼’을 열고 유치에 힘을 모았다. 방산클러스터 유치와 메타버스 산업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하고 있다. 구미 미래발전 50년에 걸림돌을 제거하고 지속적인 도시발전과 성장을 다져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징크스에서 벗어난 감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구미 역시 이제 징크스를 깨고 뭔가 될 것 같다는 분위기와 희망이 감지되고 있다.

구미시는 23년 상반기에 조직 위원회를 설립하고 사무처 조직을 구성해 만반의 채비를 해나갈 예정이다. 기초단체인 구미시 혼자서는 성공시킬 수 없다. 중앙정부와 경상북도, 대한육상연맹, 구미시체육회 등 모든 기관들이 찰떡궁합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조직위도 광역 차원의 격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협의 중에 있다.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구미라는 도시브랜드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국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성공적인 대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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