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천 범람에 전시 차량 모두 침수<br/> 전량 폐차·일부 부품 수출만 가능 <br/> 보험가입도 안된 상태 피해 키워<br/>“재산피해 수십억 원 달해… 빚더미”<br/> 인근 위치 이마트 포항점도 침수<br/> 추석 앞둔 상황에 더 큰 피해 입어
“침수 차를 팔면 불법이니, 보유하던 차를 전부 폐차하면 수십억 원의 빚만 남네요”
14일 포항시 남구 인덕동에 있는 중고차매매 상사에는 모래와 진흙이 잔뜩 묻은 수십 여대의 차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이 차들은 역대급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 피해를 당한 ‘물 먹은 차’이다. 대부분 차는 여기저기가 움푹 파이고, 긁혀 상처 투성이었다.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십여 명의 직원들은 호스를 가져와 차에 묻은 토사 등 이물질을 깨끗이 씻어냈다. 잠시 뒤 견인차가 오더니 해당 차량을 끌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날 만난 한 직원은 “침수차를 수리해서 소비자에게 되파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전량 폐차 또는 일부 부품은 외국으로 수출된다”며 “지금 견인차에 끌려나가는 차는 폐차를 하기 위해 폐차장으로 향하는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당 중고차 매매 상사는 특히나 이번 태풍에 피해가 컸던 냉천 근처에 있다. 태풍 ‘힌남노’가 시간당 110㎜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를 뿌리고 지나가자, 그 영향으로 냉천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고차매매 상사에는 모두 270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불어난 강물에 의해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모든 차량이 침수돼 버렸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재산 피해는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상품용 차량의 경우 의무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다. 대부분 차량이 보험 가입을 하지 않은 상태라 피해 규모가 더 컸다.
피해 복구를 위한 청소비와 견인차 비용 등에도 수천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상인들은 이번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 비용 모두를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또한 상인들은 현재 시에서 장비와 인력, 예산 등을 모두 주거지역과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우선 투입하고 있어 피해 복구도 늦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업장 복구를 위한 물도 부족하다. 이들 영업소가 다세대주택과 붙어 있는 탓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중고차 매매상사는 소방차와 살수차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복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중고차 매매 상사에 입점해 있는 4개의 점포의 재산 피해가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
이곳에 입점한 포스카 대표는 “사비를 들여 20∼30대의 중고차를 사왔는데, 모두 수혜를 입어 최소 7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 같다”며 “운영자금 자체가 말라 있다 보니 피해 복구를 한다고 해도 이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국가나 지자체의 보상 역시도 어려워 태풍 때문에 졸지에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인근에 위치한 이마트 포항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마트 포항점은 현재 복구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당시 이마트 포항점은 1층에 어른 키만큼 물이 들어찼다.
해당 층에는 농산·수산·축산물 매장이 있어 피해가 컸고, 추석을 앞둔 시점에 판매를 위해 진열해 놓은 선물세트들이 대량 물에 잠겼다.
이마트 포항점 관계자는 “최대한 빠르게 복구할 예정이지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부에 집기들이 많은데 현재 추산이 안 되는 상황이고, 피해 규모는 복구해가면서 파악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재욱·이시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