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첫 가동중단 사태에<br/> 민관군 모두 나서 힘 보태는데<br/> 고위 인사 격려방문 잇따르자<br/>“정부·기관 아낌없는 지원 감사…<br/> 정상화까지 현장방문 자제 당부”
기록적인 폭우로 창사 이래 처음 공장 전체가 물에 잠겨 가동 중단이라는 피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대한 잇따른 격려성 방문을 놓고 논란이 나온다. 태풍 힌남노 내습 당시 유례없는 직격탄을 맞은 포항제철소는 이후 임직원들이 추석연휴를 반납하며 매달린 결과, 현재 가동 중단됐던 고로가 재가동되는 등 빠르게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제철소 정상화를 돕기 위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을 비롯해 방문도 잇따랐다. 중앙부처에서부터 국회의원, 시군 관계자, 협회 등에서 수십 여명의 인사들이 다녀갔던 것.
이에 따라 지금까지 방문객이 없던 추석 하루를 제외하고 포항제철소에는 거의 매일 피해상황 브리핑을 포함해 현장 안내와 의전 등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제철소 방문의 경우 대부분 고위 인사이다 보니 대표이사나 제철소장, 임원들이 직접 상황설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방문 한 팀에 소요되는 시간도 현장 격려까지 포함하면 1시간여가 걸리기 일쑤다. 이로 인해 예정됐던 긴급회의마저 연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급기야 내부적으로 복구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당분간 이를 정중히 사양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항제철소 모 임원은 “고로는 정상화됐으나 냉천 범람으로 침수피해가 가장 컸던 압연지역은 이제 배수 작업을 마무리한 상태라 앞으로 통전(通電) 등 모든 과정에 특별히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외부인사가 오면 임원들이 거기에 신경 쓰느라 예정됐던 내부 시설 점검 차질과 회의 연기 등 모든 면에서 복잡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와 관계기관의 신속하고도 아낌없는 지원으로 인해 예상보다 빨리 복구가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고, 또 그 부분에 감사드려야 한다”면서도 이제 남은 건 제철소 내부 문제인 만큼 정상화될 때까지 격려성 방문을 조금 삼가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임원은 “현재 제철소 임원들은 관련 업무 점검과 대책 마련에도 시간을 내기 빠듯한 형편”이라면서 외부에서 이를 조금만이라도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직원들은 포항제철소 방문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장을 찾은 인증 샷을 올리는 부분에 대해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압연부의 한 직원은 “누구 한 명이 갔다 왔다고 SNS에 올리면 그 반열에 있는 다른 분들도 당연 방문해야 하는 것처럼 또 온다”면서 보여주기 식의 발길보다 마음을 모아 주는 것이 정상화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부 논란에 대해 포스코 측은 “일부에서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이야기는 듣고 있다”면서도 “지금 포항제철소 임직원들은 조업 완전 정상화만이 국가경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보내준 각계의 후의와 지원에 보답하는 것은 조속히 정상화해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제품을 다시 생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