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로 가는 길목에 위치<br/>‘청원루’ ‘동야고택’ ‘양소당’ 등<br/> 다양한 역사적 명소 한자리에
[안동] 도청 신도시 둘레길(총길이 84.8km, 7개의 테마) 중 2코스(7.7km)인 풍산평야조망길과 연결돼 있는 ‘안동 소산(素山)마을’이 역사 스토리와 함께 걷는 트래킹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소산마을’은 안동 여행에서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특히 낙동강 옆으로 드넓은 풍산들녁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유서 깊은 전통과 한국사에 족적을 남길만한 걸출한 인물들의 강직한 절개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경북도청 신도시 둘레길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꼭 찾는 곳이다.
이 곳은 안동 김씨 500년 세거지로 한 때 금산촌(金山村)으로 불렸으나, 청음 김상헌이 “김씨가 모여 사는 마을을 금산촌이라 하는 것은 화려해 합당하지 않다”며 마을을 감싸고 있는 소요산의 이름을 따서 ‘소산(素山)’으로 고쳤다 한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우측에 청음 김상헌이 ‘청나라를 멀리한다’해서 명명한 국가 보물 ‘청원루’가 있다. 김상헌은 병자호란 당시 화의를 청하는 최명길의 국서를 찢고 자결을 시도하고, 이후에도 인조가 명을 공격하려는 청나라에 군사를 지원하려 하자, 반대 상소를 올려 청나라로 압송된 인물이다. 이때 남긴 시가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만은 시절이 하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라는 시다.
탐방로 좌측에는 ‘동야고택’, ‘안동김씨 종택인 양소당’, ‘삼소재’, ‘비안공구택인 돈소당’ 등이 고풍스레 자리하고 있다. 동야고택은 영남 8대 문장가로 이름이 높은 동야 김양근이 태어나 학문을 익힌 곳이다. 비안공구택인 돈소당은 세종 때 문신인 비안공 김삼근의 옛집이다. 고려개국공신 김선평을 시조로 하는 안동 김씨가 소산에 입향해 지은 첫 터전이자 큰 인물이 태어나고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 비안공은 첫째 아들이 한성판관을 지낸 김계권, 둘째가 ‘내 집엔 보물이 없고, 보물이란 오직 청백뿐이다’라는 유훈으로 유명한 보백당 김계행이다. 김계권의 손자 김번이 안동김씨 장동파의 파조가 됐고, 김번의 증손자가 청음 김상헌이다.
또한, 돈소당에서는 김삼근의 맏손자(김계권의 장자)인 학조대사가 태어났다. 학조대사는 13세에 광흥사로 출가해 세조부터 연산군 때까지 국사를 지낸 고승으로, 스승 신미대사를 도와 훈민정음 보급과 대장경 간행 등 불교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는 설이 있다.
인근에 있는 양소당은 김영수(김계권의 막내)가 지은 23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안동김씨종택이다. 동야 김양근이 쓴 기문에 보면 질박하고 참되며 순수하고 예스러운 뜻을 취한 것이라 전한다. 지금은 한국관광품질인증을 획득해 한옥 운치를 누리며 숙박이 가능한 명소가 됐다.
건너에는 충렬공 김방경을 시조로 하는 안동 김씨종택 삼소재가 있고, 탐방로를 따라 가면 학조대사가 터를 잡아 대표적 명당으로 이름난 김계권의 묘가 있는 역동묘역이 나오고, 학조대사가 아버지 묘터를 잡은 뒤 풍수로 보아 물이 부족한 걸 알고 묘 아래 만들었다는 ‘창평반월연화부수지’가 나온다.마을 끝에 있는 역동재는 1734년 강론을 위해 건립한 것으로 개화기 이후 국어, 영어, 지리 등 신교육 기관으로 이용됐다. /피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