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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가뭄·강풍 탓… 재발 방지책 있나

피현진기자
등록일 2022-03-13 20:34 게재일 2022-03-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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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의 겨울가뭄 등 기후요인<br/>메마른 산림 형성… 불씨에 취약<br/>험한 산세·소나무숲 등 산불 키워<br/>산림청, 화재 강한 활엽수 식재 등<br/>토양여건 조성에도 성공 못 거둬<br/>열악한 장비·인력 보강 목소리도<br/>
지난 4일 울진에서 역대 최장 시간인 열흘만에 진화된 동해안 산불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했다.

산불 원인이 5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겨울 가뭄과 강풍 등 기후 요인에다 험한 산세와 산불에 취약한 울창한 소나무 산림이 화재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동해안 산불 피해가 막대했던 가장 큰 이유로는 기후 조건이 꼽힌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50년 만의 겨울 가뭄이 기승을 부리면서 야산의 낙엽과 풀 등이 마를 대로 말라있어 작은 불씨라도 아주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는 조건이다. 여기에 강한 바람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최초 발화 지점인 울진군 북면 일대는 당시 순간 초속 25m가 넘었다. 산불 발생 신고 접수 뒤에 산불 진화 헬기가 이른바 ‘골든타임’을 약간 넘긴 5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불은 확산했다. 동해안 지역의 산림이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중심의 산림 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소나무 송진은 기름기가 들어 있어 불이 붙으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센 화력을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산림당국은 지금까지 참나무 등 상대적으로 불에 강한 활엽수를 중간중간에 심는 방안을 강구해 왔으나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수종을 갱신해 대형 산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활엽수가 자랄 수 있도록 어떤 토양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는지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근이 어려운 험한 산세도 산불 진화를 어렵게 했다. 산불 현장 상공에 연기가 짙게 끼면서 시계가 극히 좋지 않았던 점도 신속한 진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불길이 거셌던 응봉산(해발 999m) 일대는 손에 꼽힐 정도로 산세가 험준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산불진화인력이 접근해 직접 불을 끌 수 없을 곳이 많아 낮시간에 헬기를 이용한 공중 진화에 주로 의존해야 했다. 또 산에 암벽이 많고 자갈돌이 많아 불에 달구어진 돌이 계속해서 열기를 내뿜으며 꺼졌던 불씨를 되살리기를 반복했다. 열악한 진화 장비 및 인력도 보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대한 지역에 강풍까지 불어 진화가 어려웠지만 상대적으로 산불 확산이 덜한 야간에는 진화대원들의 힘만으로 불을 꺼야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밤에도 진화 작업을 할 수 있는 헬기가 1대 있지만 효율성, 안전 등 문제로 야간 진화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형편이다. 평상시 산불 예방과 진화를 위해 편성한 인력이 많지 않은 것도 개선점으로 거론된다. 울진지역에는 산림청 소속 인력은 특수진화대원 12명, 예방진화대원 49명 등 70명 정도에 불과하다.

광역자치단체인 경북도가 산불감시인력 2천580명,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 1천200여명을 따로 운영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고 산이 많다는 점에서 절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울진지역 주요 산봉우리 13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나 첩첩산중에서 연기를 신속하게 감지하는 게 쉽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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