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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지키려 산에 오실텐데… 담배 끊어 주셨으면”

민향심 시민기자
등록일 2022-02-06 20:18 게재일 2022-02-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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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불지킴이’ 장진락 씨
항상 웃으며 등산객에게 인사를 전하는 성암산 산불지킴이 장진락 씨.

안개처럼 뿌연 먼지 속에 서 있는 성암산을 보니 삼한사미(三寒四黴)라는 말이 실감난다. 산행을 한참 망설이다 주섬주섬 등산 장비들을 챙겨 집을 나선다.

성암산은 해발 469m로 높지는 않지만, 경사도가 있어 운동하기 좋다. 그래서 사시사철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등산 명소로 소문이 나있다. 산은 이미 부지런한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잔칫집처럼 북적인다.


40분쯤 걸어 성암봉에 도착. 그곳에서 어김없이 등산객을 맞이하는 ‘행복발전소 대장 성암산 지킴이 장진락(51)씨’의 마중을 받는다. 오늘도 여전히 분주한 그는 산불지킴이 경력 3년차다.


“지난주는 왜 안오셨는교”


“살이 많이 빠지셨네예”


“담배 끊으셨지예”


많은 등산객이 오고가는데도 누군지 항상 기억하고 정겹게 인사를 전하는 장씨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하나도 힘들지 않아예. 저는 이 일이 너무 좋습니다. 산불감시초소 중에 제일 높은 곳에 있어 다른 분들은 잘 지원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혹시라도 불이라도 났다간 큰일 아닙니까. 하루에도 수십 명, 어떤 때는 수백 명도 오시는데 얼마나 소중한 곳입니까? 저는 시민들을 위해 이곳을 지켜낼 겁니다.”


그의 대답이 어찌나 진지한지 결연함까지 배어나온다.


“등산객들에게 전할 말이 있나요”라고 연이어 물었다.


“등산객들은 건강해지려고 오시는 건데 가끔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분들 때문에 걱정입니다. 건조한 환경에서 불이 날 수도 있고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담배를 끊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산악용 오토바이나 자전거는 지정된 곳에서만 타주시면 좋겠고요. 왜냐하면 개인의 안전도 그렇고 산림이 훼손됩니다. 제발 규정을 지켜주세요”


장진락 씨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뚝뚝 묻어나왔다.


나이를 먹어도 산에 오를 힘이 있을 때까지 언제까지나 성암산을 지키겠다는 약속에 덧붙여 가족이 단출해 늘 외로웠는데 산불 지킴이로 근무하면서 친구, 형님, 동생들이 생겨나서 좋다는 장씨.


커피, 물, 김밥 등 간식을 챙겨주는 분들도 많다며 그에 대한 보답의 일환으로 올 1월부터 봉사단체에 가입했고, 이제부터 자기도 누군가를 위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며 활짝 웃는 모습이 소년처럼 맑고 순수하다.


박봉에 어려운 가정환경임에도 이웃을 위한 나눔을 준비하는 장씨. 그가 성암산을 지키며 만들어낸 선한 영향력이 경산 전체에 따뜻하게 퍼져나가 ‘행복 경산’을 만들어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민향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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