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아이들의 시선 담긴 영화 네편… 따뜻해지는 설연휴

등록일 2022-01-27 19:30 게재일 2022-01-28 12면
스크랩버튼

곧 5일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다. 긴 시간을 거리 두기를 하면서 보내야 한다. 이런 설을 잘 보내기 위해,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아이들이 등장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 네 편을 가져왔다. 아픈 엄마를 위해 우주를 보여주는 소년과 자기 삶의 결정권이 막 주어지려는 시기의 소년이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영화, 어느 날 사라진 소녀를 찾으려고 딸에 대해 알아가는 아빠의 이야기, 두 형제가 기적을 찾아 무작정 떠나는 영화까지 다양하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명절을 따뜻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더 디그’

 

사이몬 스톤 감독= 영국에서 유적지 발굴을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이 영화는 하루하루가 복잡해 잔잔한 음악이 필요한 사람, 드넓은 들판이나 눈이 시원한 경치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 인디아나 존스 같은 고고학에 관심 있는 이, 흥미진진 전개는 아니어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실이라 언제라도 배경이 된 장소에 가보고 싶은 사람, 이런 분들에게 꼭 필요한 영화이다.

자기 땅의 높은 둔덕에 무엇인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진 프리티 부인이, 고향 땅에서 고고학자라는 자격증만 없을 뿐 흙 한 줌을 가져오면 어디 땅의 것인지 알아맞힐 수 있는 진짜 실력자 배질 브라운을 고용해 발굴을 시작한다. 프리티 부인에게는 어린 아들 로버트가 있다. 아들을 낳자마자 남편이 세상을 떠나버려 아이에게 아버지의 빈자리가 크다. 그런 아들은 아버지 대신 자신이 엄마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씬에서 발굴 현장에 누워 엄마에게 우주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가슴 뭉클하다. 스페이스라고 하다가 코스모스라고도 하는 그곳을 오늘 밤에 한 번 올려다보길.

 

‘칠드런액트’

 

리처드 이어 감독= 이언 맥큐언이 이 영화의 원작 소설 작가이다. 원작자가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고 한다. 1975년 등단한 이래 ‘부커상’ ‘휘트브레상’ ‘영미 작가 협회상’등 많은 상을 받은 유명한 영국 작가다. 그래서인지 스토리가 탄탄하다. 주인공 피오나 판사 역을 내가 좋아하는 배우 엠마 톰슨이 연기해서 믿고 본 영화다. 그녀는 내 믿음에 화답을 해주었다.

칠드런액트는 아동법이란 뜻이다. 피오나 판사는 샴쌍둥이 중에 한 아이만 살려야 하는 비정한 사건을 냉정하게 판결하고, 애덤이라는 여호와의 증인 종교를 가진 소년의 수혈에 관한 판결을 한다. 만 18세가 되려면 몇 달 남은 백혈병 걸린 애덤은 수혈을 하면 안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수혈을 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거나 장애가 남을 수도 있어 급박한 상황이다. 병원 측은 법원이 환자에게 수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송을 걸었다.

그런데 하필 이름이 왜 애덤일까? 에덴동산에서 이브의 권유로 선악과를 따 먹은 그 남자의 이름 아닌가. 애덤에게 피오나는 신이 된 것인가? 친구들과 함께 보고 밤새워 토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영화였다.

 

‘서치’

 

아니쉬 차칸티 감독= 아들이 적극 추천한 영화이다. 요즘 젊은이 눈높이에 맞는 영화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 보니, 연출 방식부터 독특하다. 장면의 대부분 노트북 모니터 화면에서 시작해 파고 들어간다.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장면 전환도 이해 못 할지 모른다. 미국 영화이면서 언어는 영어를 쓰는 주인공은 외모만 한국 사람이다. 많은 면에서 집중하기 힘든 영화이긴 하다. 그래도 아빠와 함께 15세 딸의 내면을 들여다보자.

딸이 갑자기 사라졌다. 딸의 소식을 물어볼 친구의 이름도 연락처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들의 친구 이름을 알고 있던가, 영화 속에 아빠처럼 나도 아들의 관심사를 알지 못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두 아들에게 친구들 이름 세 개와 친한 친구 전화번호 하나씩 달라고 했다. 관심의 표현이라 생각했는데 아들의 반응이 의외였다. 왜 자기 친구를 어머니께 알려야 하냐며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네가 추천한 영화 보고 혹시나 싶어 알아두려는 것이니 생각해보고 주려무나 했더니, 다음날 친구 이름과 연락처를 문자로 보내왔다. 아들에 대해 작은 것 하나 서치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나는 엄마랑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삽니다. 동생 류랑 아빠는 저기 멀리서 따로 삽니다. 엄마랑 아빠랑 맨날 싸우더니, 이런 꼴이 될 줄 알았습니다. 나의 소원은 우리 가족들이 다시 함께 사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저기 저 위에 있는 화산이 폭발해서 아빠랑 류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면 됩니다. 형은 화산이 꼭 폭발하게 해달라고 매일매일 기도하는데 철부지 내 동생은 가면라이더가 되고 싶다고나 하고, 정말 어린이 같은 소원입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는 말이 새로 생기는 고속열차가 반대편에서 서로 달려오다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아싸, 그럼 거길 가서 소원을 빌면 되겠네! 난, 우리 가족이 꼭 같이 살았으면 좋겠거든요.

김순희 수필가
김순희 수필가

이 영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란 것을 이 글을 쓰며 알았다. 그냥 좋은 영화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 보았더니 느낌이 딱 들어맞았더랬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 만들었다 하면 명작이 되는 감독의 작품이니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김순희 수필가

기획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