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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풀기

등록일 2021-10-06 19:37 게재일 2021-10-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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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얼마 전 조용기 목사가 작고하였다. 그는 단일 교회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자가 모이는 교회로 성장시켜 기네스북에 올랐다.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모든 일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는 요한의 기도문을 교리화 하여 영혼관리만 잘 하면 모든 일이 잘되고 육신도 건강해 진다는 삼박자 축복교리를 주창했다. 이는 매우 간단명료한 신앙방식으로 순식간에 교회를 급성장 시켰다.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매듭이 생기면 당사자를 만나 술 한잔 하면서 매듭을 풀려고 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당사자를 만나 풀려고 하지 않고 기도로 하나님을 만나 매듭을 풀려고 한다. 모든 문제를 오직 하나님을 만나 해결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이청준의 ‘벌레이야기’를 영화화 한 ‘밀양’에서 아들을 유괴하여 죽인 범죄자가 자신에게 사죄의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은 이미 하나님을 만나 회개하고 용서 받은 것으로 모든 문제는 끝났다고 하는 뻔뻔한 신앙을 보고 극노광분(極怒狂忿)한다. 하나님과의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삼박자축복신앙의 부작용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삼박자축복교리의 근거가 된 요한의 메시지는 영지주의에 빠진 자들을 바로 잡기 위해 쓴 편지이다. 영지주의는 하늘과 영에 속한 것은 선하고, 땅과 육에 속한 것은 악하다고 보고 오직 하늘과 영에 관련된 영혼만 거룩하게 유지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는 신앙이다. 이것이 기독교 신앙에 유입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하여 준 요한의 메시지로 하나님과의 문제를 잘 해결하려는 것처럼 사람과의 일도 잘 해결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오히려 영지주의적 삼박자축복교리로 왜곡 변형되었다. 그 결과 사람과의 관계가 잘못되어 있어도 오직 하나님과의 관계만 잘 가지면 된다는 신행(信行)불일치의 획일주의적 만사형통 신앙에 빠지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 것이다.

예수는 “나를 예배하기 전에 먼저 형제와 화해부터 하라”했고 “사람에게 한 일이 곧 하나님께 한 일이요 사람에게 하지 않은 일이 곧 하나님께 하지 않을 일이라”하였으며 율법을 한 마디로 말하라고 했을 때에 경천애인(敬天愛人) 즉 하나님 사랑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면서 사람과의 매듭풀기 없이는 하나님과 매듭풀기도 없다고 했다. 그동안 기독교 신앙은 이웃과의 매듭풀기를 외면 해 왔다. 그렇게 된 것은 땅의 일을 외면하고 하늘의 일에만 몰두하는 영지주의적 삼박자축복 신앙의 영향이 적지 않다. 영지주의적 삼박자축복 신앙은 이제 고인의 떠남과 함께 같이 떠나보내고 왜곡된 신앙을 바로 잡아야 할 때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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