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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주52시간 근무제’ 준비 태부족

심한식·김락현기자
등록일 2021-05-31 19:58 게재일 2021-06-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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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미만 사업장 7월 시행 앞두고 <br/>경산·구미, 준비 부족으로 골머리<br/>인력난·인건비 부담 등 가중 예고<br/>실질적 정부지원 대책 마련돼야

7월 1일 5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둔 경산, 구미지역 중소기업들이 준비 부족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1일 이들 지역 중소기업에 따르면 뿌리산업은 24시간 내내 기계를 돌려야 해 주52시간제 준수를 위해서는 인력 충원을 통한 교대제 개편이 불가피하지만 국내 청장년층의 취업 기피와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마저 입국이 중단돼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산상공회의소(회장 안태영)는 최근 경산지역 50인 미만 제조기업 55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0인 미만 사업장 45.3%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해 ‘준비 미비’가 33.4%, ‘전혀 준비 안됨’이 11.9%로 대상기업의 45.3%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했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기업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이 전체의 53%를 차지한 반면,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은 전체의 7.8%에 불과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지역기업의 주요 대응방안으로는 ‘공정개선을 통한 부족인력 대체’가 28.1%, ‘신규 인력채용’이 26.6% 순으로 많았다. 대응책 마련에 따른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추가채용에 따른 비용부담’이 35.7%, ‘업종 특성상 어려움’이 28.6% 등 순으로 조사돼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주 52시간 시행에 따른 근로자 실질임금 감소에 대해서는 대상기업의 57%가 임금 감소가 있다고 답했고, 급여 감소 사업장의 63%가 임금감소에 따른 이직률 상승이 있다고 답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증가한 반면 근로자는 실질임금 감소로 인해 이직을 고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황은 구미도 비슷하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 중 50인 미만 기업은 전체 1천972개사 중 88.9%인 1천756사에 이른다.

전자산업의 뿌리산업인 주조·사출, 금형·정밀가공·열처리 업체가 산재해 있는 구미지역 중소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력을 구하지 못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특수성과 힘든 일을 꺼리는 사회적 현상으로 국내 생산인력을 구하기 힘든 가운데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 입국마저 막힌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 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일이 많을 때 근무시간을 늘리고 없을 때 줄이는 등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운영할 수 있으면 기업은 생산량이 늘어 좋고, 근로자들은 수입이 많아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데 왜 근무시간을 강제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금속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안절부절 하고 있다. A씨는 “구미지역 기계정비, 조립·정밀금속가공 업체의 대다수는 대기업 협력사나 하도급 업체인데 대기업들이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고 납기를 늘려주겠느냐.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업체의 몫이 된다”며 “현장의 특수성과 실질적인 사정은 살피지 않은 정책은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태영 경산상의 회장은 “코로나19 사태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응여력이 바닥난 지역상황을 고려해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일정기간 유예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실질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전국상의 차원에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주 52시간 근무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 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2018년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우선 시행됐고 7월 1일부터 50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주당 60시간까지 추가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심한식·김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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